처마 끝에 고드름이 줄줄이 맺혀 있다. 동이 트고 햇살이 창문에 비칠 때면 지붕에 얹혀져 있던 눈이 더 녹아서 이미 자리잡은 고드름을 타고 내리다가 아직도 추운 날씨에 이기지 못해 얼어붙는다.
처음 무주 광대정 산골짝에 이사왔을 때 얻은 흙집은 마루 위로 비바람과 눈보라가 들이치고 구들방의 온기를 우풍으로 빼앗아 갔다.
고민하던 차에 처마를 잇대어 달고 마루 바깥쪽은 큰 창으로 막았다. 그러나 처마 끝에 물받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지붕 슬레이트의 골을 타고 빗물이 줄지어 떨어지고, 겨울이면 눈이 녹아 내리면서 줄줄이 고드름을 맺었다.
낙숫물이든 고드름이든 자신의 행로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의인은 야훼가 가르쳐준 법에 따라 하느님 앞에서 떳떳한 발걸음을 옮긴다는데, 사람은 제 편의에 따라서 언제든지 궤도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건만, 돌아보면, 사실 우리가 마음대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이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심은 본디 「나」이지만, 내 생각과 행동을 방향짓는 것은 결국 하느님이거나 또는 하느님처럼 군림하고 끊임없이 내 삶에 간섭해 들어오는 「세상의 순리(順利)」 아니던가.
텔레비전과 광고매체가 한사코 「소비적 인간」을 생산하려 하고, 사회의 이른바 「지도층」은 도리어 나의 삶을 현혹시킨다.
올해로 마흔 살이 되면서, 내 외부의 우연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닦고 싶은 소망 또한 간절해진다. 그래서 「불혹(不惑)」이란 말이 도덕교과서에만 나오는 말이 아님을 절감한다.
내 영혼이 보다 깊은 차원의 지혜를 얻고, 모세가 밟았다는 「거룩한 땅」에 맨발인 채로 들어서기 위해 혼란스러운 젊음을 송두리째 봉헌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묻는다.
길 끝에서 그분을 만나게 될지 두려워하며, 아니 마음 설레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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