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의 눈을 제대로 열기만 하면 삶을 참으로 살아가게 하는 소박한 마음과 단순한 삶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우선 온전히 하느님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남녀 수도자들의 자세와 삶에서 만날 수 있다. 성장과정과 살아온 삶의 여정이 다르기에 이들의 삶이 각자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더라도, 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보면 그 안에서 소박한 마음과 단순한 삶을 만날 수 있다. 성소를 택한 동기야 각자 다르겠지만, 이들은 적어도 한번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이 있었고, 그것이 이들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각자가 수행해야 하는 일의 종류에 따라 때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삶 속에 빠져들어 있는 것 같이 보일 때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나 다시 소박한 마음과 단순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때로는 욕심도 내고 투쟁을 해야하는 경우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때뿐이다. 그것이 그들 삶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다시 자신의 자세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들은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갖고 있고, 유약하여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의심이 가지만 참으로 강하고 많은 일을 해낸다.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존재 전체와 일치하고 있고, 자신의 삶에 연연하지 않음으로써 영생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곁에 있으면 특별히 받는 것이 없는 데에도, 많은 것을 받아 마음이 풍요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보석이 되어 찬란한 생명의 빛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소박한 언어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한 문장가나 재담가의 말보다 더 아름답고 강력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고, 이들의 소박한 자태는 최신 유행 옷과 장신구, 기교가 넘치는 화려한 몸짓으로 무장한 인기 최고의 탤런트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그래서 이들의 곁에 자꾸만 있고 싶어진다. 이들이 자신의 이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나와 헤어져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 데에도 자꾸만 붙들고 싶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이러한 수도자를 수도원에서만이 아니라, 거리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심지어 나 안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차림새로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름 모를 저 행인 안에도 이러한 자세가 들어 있을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우리의 어머니나 자매 그리고 주부의 모습에도 이러한 자세가 들어 있다.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여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을까봐, 아이들이 보고 배워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남편, 아버지 안에도 이러한 자세가 들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들 대부분은 어느 정도 소박한 마음, 단순한 삶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욕심부리고, 어리석은 판단으로 서로 투쟁하기도 하지만, 비운 마음도 있어 이들은 오늘의 모든 역경을 견디어 내고 고달픈 삶의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고 갈 만큼 강인하다. 우리는 소시민들의 작은 삶 속에 들어 있는 이 위대함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그래서 잡초처럼 강인한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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