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한 뼘, 앉으면 두 뼘의 좁은 영역을 차지하고, 과오를 참회하며 마디 마다 신비의 생명이 터지는 말씀을 묵상하며 사는 수인입니다.
매주 후원자님들의 사랑으로 알찬 내용, 영혼의 양식, 병든 마음을 치유하는 영약 같은 '가톨릭신문'을 읽을 때마다 감사하였지만 기도 외엔 달리 드릴 것이 없었는데, 얼마 전 이수산나 시인님께서 보내주신 "갈대잎 같이 서걱거리는 현실이지만 나비 춤으로 온갖 꽃을 피워 하느님께 기도로 바치라"는 글을 읽고, 졸작이지만 시 한편을 올립니다.
찬 바람이 불어
영혼까지 시린 이런 날에는
푸근한 웃음으로 내 어깨를 토닥거려 주는
형님 같은 신부님이나
안쓰러워 눈가에 이슬 같은 것을 핑그르 돌리는
맏누님 같은 수녀님을 만나
따뜻하게 내 영혼을 덥히고 싶다
눈이 그리움처럼 소복히 쌓인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런 날에는
납작하게 엎드린 초가집
호롱불 밝히고
다듬이 소리에 밤이 깊어가고
산노루 목메어 우는
동화 속 마을 같은
두메산골로 가고 싶다
비가 내려 마음까지 푹 젖어
후줄근한 이런 날에는
묵주 하나 손에 꼭 쥐고
후회롭게 보낸 시간을 조용히 헤아리며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감춰진 심오한 진리를 발견하고
사랑에 감사하는
뉘우침의 기도로
고운 영혼 빳빳하게 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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