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아침은 고적(孤寂)하다.
잠결에 뒤척이는 아기의 응얼거림과 닭소리에 깨어 방문을 열고 나서면, 산등성이의 나무숲 사이로 햇빛이 부서지며 기어오르고, 아직 간밤에 내려앉은 서리가 텃밭에 자욱하다.
이제 또 하루 낮을 견디기 위해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야 할 것이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모든 것은 제 사명을 다하느라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들도 벌거벗은 몸을 내내 움직였으리라.
그리고 나의 삶은 밤에 고인 에너지를 밑불 삼아 계속될 것이다. 내가 지난 밤 어떤 원대한 꿈을 그렸다 지우고 또 다시 그렸다 한들 일상은 마루 끝에 놓인 신발을 꿰어 신는 동작처럼 조촐하다.
수도자들이 눈을 뜨면서 진언(眞言)처럼 『주님, 제 입술을 열어주소서』라고 기도하듯, 일상은 입을 열어 호흡하고 밥을 먹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는 단순한 동작의 연속이다.
내 육신과 영혼을 살리는 하느님의 영을 들이마시고 사(邪)된 기운을 몰아내면서, 육신의 밥을 위해 노동하고, 영혼의 진화를 위해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때론 혼잣말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기를 손꼽아 본다.
얼마전 이현주 목사님이 『日日是好日』이라 쓰신 글씨가 배달되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데, 이건 매일 좋은 일이 생기라는 말이 아니라, 매일을 좋은 날로 삼으라는 이야기로 들려온다.
눈이 와서 산길이 막히면 며칠을 두고 눈이 녹을 때까지 자기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창조하라는 전갈로 여기고, 햇살이 눈부시면 몸을 움직여 땔감을 마련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찾아보라는 전갈로 삼으라는 말이다.
아기가 울면 세상에 한 목숨이 살아있음을 기뻐하고, 다툼이 생기면 땅에 엎드리는 겸손을 배우라는 은총의 순간임을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결국 「좋은 날」이란 물질적 이득을 챙기기는 날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만사를 나의 영적 성장에 이바지하도록 돕는 날이란 뜻으로 새겨 읽는다. 아침마다 좋은 날을 기대하며 눈뜨는 자는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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