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루르드의 성모발현을 기념하는 2월 11일에 맞춰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돌보아줄 것을 다짐하는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고 있다.
고통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본질 중의 하나이다. 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이 많은 질병을 극복하고 병마가 주는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질병과 고통은 여전히 이겨내고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교회는 이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그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이러한 신념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제도가 생겨났으며 이러한 의료 제도들은 이제 교회의 벽을 넘어서 사회적인 제도로 자리잡아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 질병과 그로 인한 고통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죽음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통을 통해서 구원의 위업을 이룬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은 이제 더 이상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구원을 향한, 더 풍성한 생명을 향한 도정의 의미를 갖게 됐다.
교회가 고통받는 이들을 돌보는 의료 활동의 의미는 이처럼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주는데에서 멈추지 않고 고통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그럼으로써 고통을 새로운 차원의 체험으로 경험하게 한다.
더불어 교회는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뤄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헌신과 봉사의 삶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의료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 약사, 의학 연구원, 자원봉사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밤낮 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감사하게 된다.
보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고통을 통해 구원을 선물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봉사의 삶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병자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 드러나는 희생과 헌신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은 전에는 미처 대비할 수조차 없었던 많은 질병들을 퇴치하고 사람들에게 건강을 되찾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이러한 의학기술의 발전이 자칫 생명의 관리자인 하느님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올해 병자의 날 담화에서 이를 지적하고 "교회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도 언제나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의학기술은 언제나 귀중한 선물인 생명에 대하여 최대의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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