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의 아침은 고요하다. 산책에서 돌아와 어제 남긴 음식물찌꺼기 그릇을 부엌에서 들고 나온다.
닭이란 참 먹성이 좋아서 사람의 찌꺼기를 남김없이 쪼아 삼킨다. 달걀을 바라는 얄팍한 심정에서 이런 부지런을 떠는데, 닭은 아침마다 「세상에 쓸데없는 찌꺼기란 없다」는 깨달음을 덤으로 준다.
세상이 저마다 약삭빠른 계산아래서 굴러간다고 믿었는데, 하느님은 그 갈피에서도 당신의 역사를 진행시키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하느님의 쓸모가 사방에 도처에 깔려 있음을 깨닫는 자는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죠안 치티스터 수녀가 쓴 「빛을 받은 삶」(참사람되어)에선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제자들이 수도원 원장을 찾아와 말했다. 『형제들이 기도시간에 조는 것을 볼 때 그들이 깨어 있도록 꼬집어야 합니까?』 그러자 원장이 말했다. 『실제로 형제가 조는 것을 보면 나는 무릎에 그의 머리를 대게 하고 쉬도록 할 것이오』
우린 편의를 위해 제도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그 규칙이 설령 성화(聖化)를 위한 것이라 해도, 그 규칙 안에 성령이 계실지 그 규칙 밖에 성령이 계실지 아는 이는 성령뿐이시다. 성령은 자유롭게 뜻밖의 방법으로 형제의 영혼을 쉬게도 하고, 우리의 맘속에 자비를 키우기도 하는 까닭이다. 기도시간에 조는 것이 때로는 쓸모있는 하느님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벌써 입춘(立春)이다. 마을엔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글씨를 써서 붙여놓은 집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매 절기마다 복을 빌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듯하다.
아래동네 정현이는 남동생을 데리고 밭에 나와 광대나물을 캐고 있었다. 땅이 녹으면 새로 돋는 풀냄새가 산천에 그득할 터인데, 게으른 농부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수확의 기쁨은 노동의 강도에 비례하는 탓이다. 노동이 곧 기쁨의 원천임을 몸으로 깨닫는 자 또한 복되다고 마음으로 다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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