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후 매장이나 화장으로 의미없이 사라질 육신인데 남을 위해 봉헌하는 일이 더 낫다 느꼈어요. 처음에는 막연한 기분이었지만 서약서를 봉헌하고 나니 삶이 달라보여요. 왠지 뿌듯하고 산다는게 더없이 기쁘고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하죠』 지난해 초 재단법인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전화 02-727-2270)에 장기, 시신기증 서약서를 봉헌한 한 자매의 말이다. 병명도 모른채 12년간 투병생활을 해 오던 이 자매는 어느날 장기기증을 권유하는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이를 고려해오던중 친지의 암 선고앞에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본사는 지금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사순절 장기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아래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사는 사순절을 기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펼치고 있는 이 운동에 많은 신자들의 참여를 호소드린다. 예년에 비해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직접적인 장기기증 없이는 꺼져가는 생명을 연장할 수 없는 불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보도록 하자.
한창 청춘을 구가하며 가족의 희망으로 힘차게 살아가야 할 젊은이들이, 또 어린 아이들이 몹쓸병으로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있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이 시간 전국의 수많은 병실에서는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애타게 기도하는 사연들이 많다.
소유와 지배를 추구하는 현실 사회의 「죽음의 질서」를 나눔과 섬김을 생활화하는 「사랑의 질서」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신앙인들의 일차적인 의무가 되고 있다.
장기기증은 지난 1990년 김수환 추기경의 안구기증, 93년 당시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의 장기기증에 이어 1997년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최창무 주교 및 담당성직자, 1999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 46명의 사후 장기, 시신기증 등 성직자들의 앞장선 참여로 활기를 띠었다.
장기기증은 이제 교회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삶의 끝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숭고한 나눔운동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언젠가 맞이하게될 죽음을 염두에 두고 이어지는 장기기증은 그리스도께 속한 생명을 마지막 순간 이웃에게 나누는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의 실천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는 뇌사시에만 가능한 심장, 간, 폐, 신장, 췌장, 각막이 있고 사후에는 안구와 시신기증을 할 수 있다. 생존시에는 헌혈과 조혈모세포 기증이 가능하다. 오늘도 미사전례를 통해 매번 새로운 생명을 내어주시는 주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이웃에게 새생명을 나누도록 하자. 타인의 도움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과 마음들이 「나눔의 결심」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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