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성서위원회는 올해 사순절을 맞아 전국 각 본당에서 「성서쓰기봉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운동은 최근 몇 년 동안 각 교구와 본당에서 활발하게 추진되어온 성서필사운동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서 성서를 가까이 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물론 지난 몇 십년 동안 다양한 성서공부모임이 생겨나고 성서와 관련된 출판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하철 안에서도 성서를 펼쳐 들고 읽는 개신교 신자들과 비교해보면 아직도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성서를 어렵게 여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한 성서 옮겨 쓰기는 성서를 우리 신앙 생활의 한가운데 놓고 말씀으로 생명의 양식을 삼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개 성서 옮겨 쓰기는 성서 낱권 또는 신구약 전체의 필사를 목표로 일정한 기간 동안 직접 손으로 쓴 뒤 이 필사 노트를 제단에 봉헌하곤 한다.
성서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서쓰기봉독」은 미사 때 독서자들이 독서 봉사를 단지 의무적인 행위나 번거로운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참된 생명의 말씀으로 내면화하고 이 말씀을 미사에 참석한 다른 교우들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성서의 말씀을 여러 번 읽어보는 것은 독서 봉사자의 당연한 의무이자 준비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직접 한 글자 한 글자 성서의 구절들을 되뇌이고 묵상하며 손으로 적을 때 그 준비는 더 한층 깊어질 것이다.
한국의 종교적, 문화적 전통 안에서도 경전을 직접 써내려 가는 것은 정신 수련의 한 가지 방법이었다. 기도하듯 정성을 들이고 한 자의 흐트러짐도 없이 한 획 한 획을 그어 내려가면서 우리의 선조들은 그 안에 담긴 높은 정신을 내 안에 받아들이곤 했다.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도 성서 필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위한 기도와 묵상의 시간이었다. 박해가 엄하던 시기에 그리스도교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글로 적어 선포했고 그렇게 적은 하느님의 말씀이 지금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 것이다.
특별히 미사 전례는 우리 가톨릭교회의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완벽한 기도이다. 미사 중에 이뤄지는 말씀의 선포는 우리 삶의 지침이다. 따라서 독서를 읽는 봉사자들이 성서의 말씀을 참으로 알아듣고 내 삶의 지표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그들이 읽는 성서의 말씀 역시 힘을 가질 것이다.
독서 봉사자가 아니더라도 미사에 참례하기에 앞서 그날의 성서 구절을 한 번 적어보는 것은 미사의 은총과 열매를 더욱 풍성하게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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