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하나의 우주가 재창조되고 있다.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산천초목이 제 빛을 다시 드러내고, 이 새 창조를 경축한다는 듯이, 건너편 산 중턱에선 딱따구리가 딱따구르 목탁 소리를 낸다.
장엄한 하루의 시작이다.
아직 동이 트기 전에 길을 나서면 부지런한 농부의 밤을 깨우는 닭소리가 들리고, 어둠 속에 알전구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스쳐 지날 때, 목숨을 얻은 것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느낌이 확연히 다가온다.
오늘 내가 누굴 만나든 첫 인연을 맺는 사람들처럼 대하고, 마지막 얼굴을 보는 듯이 마음을 일으킨다면 작은 이익을 위해 다툴 이유가 사라진다.
내 영혼이 온전하지 않듯이 타인의 얼굴도 항상 착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제와 사뭇 다른 오늘이기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하루의 고단한 일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이 움직이신다는 생각을 내가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아침인사를 언제든지 건넬 수 있을 것이다.
포콜라레 운동을 시작했던 끼아라 루빅 여사는 「빛의 그림」(서광사)이란 묵상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생활하고 있는 모든 영혼들 안에 현존해 계신다. 만일 어떤 영혼이 죽어 있다면 그 영혼은 기뻐하며 자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하느님을 기다리는 감실과 같다』놀라운 발상이다. 일그러진 영혼이라도 꽃처럼 피어나 창조의 뜻을 이룰 때를 기다리는 「감실」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성소(聖所)라는 것이다.
하느님을 응시하는 그 영원한 눈빛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세상과 인간이 영원한 빛 안에서 감지되고, 거듭 새삼 세상은 하느님(나라)을 향한 진화의 발걸음을 다시 옮겨 놓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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