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수술이 의학적 치료를 위한 한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어려움은 이식을 위한 장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로 장기이식의 혜택을 보는 환자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중 하나가 이종 장기이식의 방법이다. 곧 사람에게 부족한 장기를 동물에게서 취하여 이식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 있어서 문제는 인간과 동물은 각기 다른 면역 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일 인간의 몸에 이물질인 동물의 장기가 들어오게 된다면 그 이물질을 침략자로 인식하여 파괴하거나 추방하는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장기이식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960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던 호주의 메다워(Peter Medawar) 박사 팀이 이미 1940년대 초에 토끼 실험에서 인간과 동물은 각기 다른 면역 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 냈었고, 따라서 조직이 유전자적으로 더 친숙하면 할수록 거부반응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인체에 이식되었을 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 소위 녹아웃 돼지가 만들어졌다. 이는 지금까지 이종간 장기이식에 있어서의 가장 큰 난제였던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로서 아직 인간에게 적용되기에는 해결되어야 할 많은 난관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장기이식수술 분야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작년 9월 26일 교황청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지면을 통해 「이종 장기이식에 대한 전망」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여기서 생명학술원은 이종간 장기이식의 과학 및 윤리적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생명학술원은 이 논문에서 이종간 장기이식의 현황이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가톨릭 교회의 윤리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신학적 기초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생명학술원이 이 문제에 대해 제공하는 윤리적 판단의 신학적 기초는 첫째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 개입의 수용 가능성, 둘째 인간의 생존과 행복을 위하여 동물을 이용하는 것의 윤리적 타당성, 셋째 동물의 장기나 조직이 인간 수혜자의 정체성에 미칠 수 있는 객관적 및 주관적 영향이다.
우선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인간의 개입 허용 여부에 대해 위 논문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순응하는 가운데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창세 1, 28)는 창조주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제시하고 있다. 곧 인간 발전을 통하여 모든 피조물의 최종 목표인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나라의 완전한 도래를 위한 피조물의 이용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동물 이용의 타당성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동물 이용을 긍정하면서도 동물이용의 윤리적 조건으로서 불필요한 동물의 고통, 그 일이 정말 필요하고 합당한 일인지에 대한 판단, 종의 다양성과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을 언급한다. 세 번째는 인간 정체성의 문제이다. 만일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 자신이 존재론적인 차원에서나 심리적인 차원에서 인간됨을 잃어가고 있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명학술원이 제시하는 이러한 신학적 기초들은 녹아웃 복제돼지를 이용한 이종 장기이식의 윤리적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환자를 큰 위험에 빠지게 하는 일 없이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생물학적 가능성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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