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게 했던 차가운 바람을 뒤로하고 어느덧 봄이 성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봄기운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은 나 역시 피조물로서의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것일까.
산과 바다를 찾아가 그간의 답답했던 마음을 확 떨쳐버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지만 지금이 우리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주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주위를 되돌아보아야 할 사순 시기이기에 슬며시 올라오는 그 욕망을 억누른다.
지난 주일미사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 「예쁜」할머니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비록 신부님이셨지만 젊은 사람이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께 예쁘다는 표현을 하시는 것이 처음엔 참 어색하게도 들렸다. 차츰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나 역시 그 할머니가 참 예쁠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주님을 뵙게 되었다는 그러면서 자신이 주님을 뵐 자격이 있으신지 부끄러워 하셨다는 할머니, 시각장애자에게 안구를 기증하고 싶어서 한쪽 눈으로도 잘 다닐 수 있는지 한 달여 동안 안대를 하고 실험해 보셨다는 할머니, 정작 의사로부터 당신의 안구는 쓸 수 없다는 말에 실망을 하셨던 할머니, 결국 사후에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나오시면서 얼굴에 한 가득 미소를 머금으셨다는 그 할머니의 모습에서 교만한 나의 모습에 할머니의 환한 얼굴이 겹쳐지는 건 주님께서 나에게 주는 은총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웃는 얼굴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에서 고귀한 주님의 얼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뜻하게 우리를 비추는 햇살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짓자. 그 미소가 바로 주님이고 그 미소가 주님을 모르고 사는 주위 사람들에게 주님을 알리고 그들을 주님 앞에 인도하는 최고의 전령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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