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국민의 85%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제공한다. 공장, 학교, 아파트, 관공서, 상점, 편리한 교통과 같은 많은 것들이 도시를 이루고 있고,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쾌적하고 풍부한 자연이 있는 농촌을 떠나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촌으로 돌아갈 형편이 못된다. 농촌으로 가보았자 농사를 지어 먹고살 자기 소유의 땅도 없을뿐더러,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른다. 그래서 하여간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삶의 조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마침내 참담해질 수 있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해도 그 나라의 도시에서 일거리를 찾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농촌에는 일거리를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그런 일을 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시가 가진 특성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항상 따라다니는 것은 소음이다. 도시에서는 소음이 언제나,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아침에 창을 열면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소리, 물건을 팔기 위한 소리, 떠들어대는 사람들 소리… 많은 소리들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출근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 더 많은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온다. 버스를 타도 소리는 여전히 들려온다.
이러한 소리들이 외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존재한다. 나 스스로 이러저러한 잡생각을 하여 나의 마음을 번잡하게 할 뿐 아니라, 이러저러한 소리들을 끊임없이 찾아 듣는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고요히 있지 않는다. 틈만 나면 텔레비전, 라디오, 오디오, 비디오, 컴퓨터를 틀어 무엇인가를 보고 듣는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에도 라디오를 틀어놓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인은 무엇인가 소리가 들려와야 안심을 할 수 있는가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참된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어떤 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힘들다. 이미 소리들에 지쳐있기 일쑤이고, 들려오는 소리들을 대수롭지 않게 듣는 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귀담아 듣지 못하여 흘려버리고 만다. 현대인이 무엇을 듣거나 보아서 기억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고 한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듣고, 새소리를 듣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살아있음을 기뻐하려면, 많은 소리들을 줄여야 한다. 특히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에게 참으로 필요하고 유익한 소리는 우레와 같이 다가오지 않고 들릴지 말지 고요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놓치기 쉽다. 유익한 소리를 들으려면 불필요한 잡소리들로부터 좀 떨어져 있어야 하고, 섬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특히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것은 산을 뒤흔들고 바위를 산산조각 내는 크고 강한 바람이나 지진 또는 불길 속에서가 아니라 조용하고 여린 소리 가운데서였다.
오늘날 도시환경을 벗어나서 살아가기 힘든 상황에 있는 우리는 도시의 소음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고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한 환경은 노력하면 어디에서나, 어느 때에도 조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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