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미사에 두 아이와 함께 참석했지요. 늘 무덤덤하게 드리는 미사지만 그날은 뭔가 다르고 싶었습니다. 이번 사순시기에 나는 무엇을 결심하고 실천할 것인가? 신부님의 강론말씀을 들으면서도 마음은 혼란스러웠지요. 하지만 무언가 꼭 하지 않고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극복할 수 있기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이런 숙제를 주시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지요. 제일 큰 숙제인 아버님과의 화해. 화해하고 함께 성당엘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버님은 70년 전 만주에서 혼자 세례를 받으시고 80세이신 지금까지 활발한 신앙생활을 해 교회에 관한 일이라면 두루 잘 알고 계시지요.
그러나 지금의 전례가 아버님 보시기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자주 성당에서 여러가지 문제들을 지적하시지요.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노인이시다 보니 젊은 자매님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매님들이 며느리인 저에게 이야기를 하는 통에 같은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들어야했지요. 나중엔 아버님의 입장을 남에게 설명하는 것도 싫어졌고, 아버님이 미워 성당에 나가기도 싫어 지난 겨울엔 남편과 함께 아버님을 다른 성당에 가시게 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죄송스럽고, 부끄럽고 측은했던지.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그렇게 결정했지요. 아버님의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그 길밖에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었는데….
사순시기를 맞아 아버님께 딸 같은 며느리 노릇을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같은 일들이 반복될 수 있겠지만 전과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아버님께 힘이 될 수 있는 며느리로 살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사순1주일부터는 아버님과 함께 미사에 참석하였지요. 이젠 1차 결심은 실천했으니 2차로 아버님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도드릴 것입니다.
『하느님 저희 아버님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어 가시고 싶으신 곳 많이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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