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실험 결과는 우리로 하여금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왔고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한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 배아 복제, 더군다나 동물의 난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교잡한 실험을 당당하고도 자랑스럽게 발표한 것을 보면 이들이 과연 생명윤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식조차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은 소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여기에 사람 체세포의 핵을 주입, 융합시켜 배반포 단계까지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인간과 동물간의 교잡이라는 면에서 우리는 이러한 실험을 공공연히, 혹은 은밀하게 자행해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배아 복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을 때에도 생명공학계에서는 암암리에 지속적으로 이러한 실험을 계속해 왔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 인류의 복지와 행복을 추구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기여해왔음을 믿고 지지한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그 원래의 목적인 인간과 인간 공동체의 생명과 존엄성을 훼손하기에 이른다면 그것은 결코 인간 성숙과 행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종교적, 또는 자연법적 당위성을 차치하고라도 현재 인간의 수정란을 대상으로 해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들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개연성을 얼마든지 갖고 있다.
예컨대 이번에 결과가 발표된 이종간 배아 복제 실험에서도 이종간 복제된 배아가 99% 이상 인간의 유전 형질을 가졌고 또 여기에서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어 장기복제 등이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그 최소한의 동물 형질이 그 장기에 남고 결국은 그 장기를 이식 받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는가.
이제 우리는 하루속히 이러한 무모하고도 위험한 실험들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인간과 동물을 교잡하는 이종간 배아 복제는 당연히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생명 존재인 인간 배아를 희생시키는 배아 줄기 세포와 관련된 연구 역시 철저하게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는 생명윤리법안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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