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와 은총의 때 사순시기도 이제 막바지다. 한 주간만 지나면 부활대축일이다. 우리 모두 부활신앙자들로서 승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제3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일이 가장 급선무다. 그것은 주님의 날(주일)이라는 뜻이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간의 삶의 목표와 그 목표달성을 위해 시간사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 준 사건이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시간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알게 해 주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확신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주일을 지낸다는 것은, 부활사건을 새롭게 하기 위해 일 주일에 한번 주님의 날을 지내는 것이다. 부활의 의미를 빼면, 주일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주일은 우리의 삶을 부활시키는 날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최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발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냉담자를 제외한 판공성사자중에서도 주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전국적으로 4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같은 결과는 신자들의 주일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또 신앙수준이 어떠한 지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주일을 지킴으로서 영성생활과 인간생활에 얼마나 큰 가치와 축복의 은혜를 받게 되는지를 깨닫는다면 주일을 기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인 우리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주님의 날을 참으로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주일의 거행과 근본적으로 단순한 휴식 또는 도피의 시간처럼 생각하는 「주말」과는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주말을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경건한 하루, 영성적으로 자신을 돌이켜보는 하루, 영원을 향한 자기 삶의 지표를 재확인하는 하루, 자신과 가정이 함께 하느님께 감사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하루가 되도록 하려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
주일은 신앙생활의 핵심이며 구심점이다. 주일이 없는 생활을 상상해보라. 그날은 주님의 날도 아닌 단순한 주말이고 공휴일일 뿐이다. 부활의 기쁨도 체험할 수 없으며, 영원한 삶의 지표도 없고, 하느님의 말씀에서 새로운 생명의 힘을 얻지도 못할 것이고, 형제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고 성체성사와 결합되어 하느님과 일치의 체험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주일 하루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생업과 현세적 집착에서 잠시 벗어나 하느님께 그 시간을 열어 드려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하느님께 바친 시간은 절대로 잃어버린 시간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으로 채워진 시간이 되며, 또 주일을 통해서 우리의 삶 전체가 진정으로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도록 하자.
신자들이 주일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때, 더 나아가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 사는 삶의 행복을 체험할 때, 그렇게 쉽게 주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주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할 때, 신자들은 단순히 주일미사 참례를 의무사항, 즉 신앙적 강요와 같이 생각하기 쉽다. 교회가 주일을 의무화하고, 의무 대축일을 제정하는 것은 강요의 의미에서가 아니고, 신자들의 신앙적 삶을 보호해 주고 주일과 대축일의 중대성을 일깨워 준다는 뜻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일은 신자들이 스스로 그 의미와 가치를 깨달아서 자유에 의한 자발성에 따라 주일미사에 참례할 때 보람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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