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감각이 있는 곳에 욕구가 있다』고 한다. 식물은 생장혼을 가지고 있어서 뿌리를 땅에 박고 생장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살아가려고 무척 애를 쓴다. 이것은 아무리 뽑아내어도 또다시 자라나는 잡초의 끈질긴 삶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은 생장혼과 감각혼을 가지고 있어서 식물보다 욕구의 표현이 좀더 다양하고 강하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먹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나서고, 종족번식을 위해서도 많은 수고를 기꺼이 감당한다. 먹이를 찾는 일과 종족을 번식하는 일을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기까지 한다.
오관과 지성을 가진 사람의 욕구는 식물이나 동물의 것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초가 되는 식욕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종족번식을 위한 성욕도 강하게 가지고 있으며, 이 둘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물욕 또한 강하게 지니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배우고자 하는 지적욕구, 음악 미술 연극 등과 같은 문화적 놀이에 대한 욕구, 이웃에게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선한 일에 대한 욕구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이러한 욕구들로 자신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될 경우에 생의 의미를 가져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욕구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낮은 단계로 분류되는 식욕, 성욕, 물욕이다. 이들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욕구들이기 때문에 본능이라고도 한다. 이 본능들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을 조절하는 기능은 뇌의 가장 깊은 중심부분에 있다. 혹시 뇌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 기능들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보호되는 곳에 있는 것이다.
이 본능들은 우리를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식욕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고, 성욕은 우리의 삶을 활발하게 하면서 종족을 번식하게 하며, 물욕은 우리가 고요하고 평안한 삶을 확보해 나가도록 한다. 우리들 중 누구도 이 세 본능 중 어느 하나라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성인(聖人)으로 분류되어야할 사람이 아니라, 미숙아 또는 장애인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성장과 삶에 분명히 큰 문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본능이 또한 우리를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 균형을 잃었을 때이다. 지나친 식욕은 우리의 몸을 망칠뿐더러, 영혼을 공허하게 한다. 마음이 허전한 것을 먹는 것으로 달래려는 사람은 그럴수록 더욱더 허전함 속으로 빠져든다. 과다한 성욕에 빠져든 사람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한다. 이들은 성욕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이런 사람은 오직 자신의 성적 본능에 포로가 되어 참된 사랑을 누리지도 못하고 마음의 평화를 잃고 헤매게 된다. 지나친 물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조차 누리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으로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들은 무엇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과 수고를 아끼지 않지만, 원하는 것을 사자마자 그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태에 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에 오히려 소유당하고 있다.
본능으로 생명을 지키고 키워 가는 일과 본능에 의해 고통 당하고 마침내 파멸되어 가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 보인다. 이 양면을 잘 조절해내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참으로 성장시켜나가고, 이웃에게도 참 평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 이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성인(成人) 더 나아가 성인(聖人)이라 부르며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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