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이 고장나서 지난여름 내내 쓰지 못하다가 우산 고치라는 할아버지의 소리를 듣고 가지고 나갔다.
우산 할아버지는 우산대를 이쪽저쪽 한번씩 두드리더니 대를 쭉 뽑아냈다. 1만원을 냈더니 할아버지는 9000원을 거슬러 주면서 새 돈은 다 챙겨서 주머니에 넣고 나에게는 다 낡은 헌 돈만 세어서 주었다.
『할아버지, 왜 저에게는 헌 돈만 골라 주시는 거예요?』
『우리 마누라가 성당에 다니는데, 새 돈은 연봇돈 내라고 갖다 줄라고 그려』
할아버지를 찬찬히 살피니 일흔은 족히 넘어보였다.
『할아버지는 성당 안 다니세요?』
『나는 우산 고쳐서 연봇돈 벌어야지』
할아버지는 성당에 다니시지는 않아도 신자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속에서 늘 새 돈으로 연봇돗을 챙기려고 노력을 하니 하느님께 대한 공경심이 기본으로 되어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나는 어떤가. 주일이 되면 가방이나 주머니에 있는 천원짜리를 긁어모으느라 정신이 없지 않은가.
고친 양산을 볼 때면 그 할아버지가 생각나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우리 성당의 지각 할머니가 꼭 생각난다. 영성체 예식을 할 무렵에 꼬부라진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고 들어와서 앞자리로 오신다.
그리곤 미사가 끝날 무렵 신부님이 마침예식을 하는 조용한 시간에, 꼭 빠트리지 않고 하는 일은 지팡이 소리를 내며 제단으로 걸어가 봉헌금을 내는 일이다.
그 할머니를 보는 교우들과 신부님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일상에서 몸에 밴 하느님 공경의 모습을 흐뭇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우산할아버지와 지각할머니를 본받아 이제 나도 결심을 한 가지 해야겠다. 「월급 받으면 봉헌금 낼 돈은 미리 새 돈으로 바꿔 놓아야지. 작은 것에서부터 정성을 모아서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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