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부분의 교구에서 청소년사목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표출해왔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배경은 교회지도자들 중에 상당수가 청소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고정된 인식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소년사목의 모든 문제점을 점검할 수는 없지만, 다만 청소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사안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인가?
기성세대는 청소년을 흔히 「미래의 주인공」으로 호명한다. 이러한 호명 뒤에는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일꾼이 되기까지의 일정기간 청소년을 기성세대의 훈육과 감시, 복종과 통제의 대상으로서의 「미성년자」로 머물러 있게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청소년들은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기성세대의 질서와 제도 안에 순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존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면서 자신들의 주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의 교실붕괴, 가정으로부터의 가출, 문화생비자(pro-sumer)로서의 부상, 성관념의 변화 등이 단적인 예이다. 과거에 교회제도에 머물며 순종했던 청소년들이 이제 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열심히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 중고등부 학생들에게는 별 짓을 해도 안돼!』라는 한 사제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은 교회보다 자신들의 주체성을 형성하고 역동적인 삶을 창조하는 대중문화의 가치관으로 편향되어 있다.
2. 청소년과 문화가 분리될 수 있는가?
오늘날 청소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는 문화이다. 청소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통해 생성하고 유지한다. 즉, 문화가 청소년의 일차적인 삶의 공간이다. 따라서 문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청소년을 이해할 수 없다. 인터넷, 게임, 통신, 대중음악과 영화. TV, 춤, 휴대전화, 쇼핑, 패션 등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문화가 이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다중적으로 형성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청소년사목에서 문화를 주변영역으로 소외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청소년에게서 문화를 분리시키는 기성세대는 더 이상 주체적인 청소년이 아닌 「학생」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리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부해라』라는 말만을 반복적으로 강요할 뿐이며, 교회는 문화를 청소년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기보다는 단지 청소년사목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 정도로만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3. 청소년의 행복 對 기성세대의 행복
기성세대는 공부 잘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 얻어 출세하고 돈을 벌어 배불리 먹고사는 것이 행복한 미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IMF로 직장에서 퇴직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직장이 행복을 보장하고 약속해 주지 않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한다고 미래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부모들의 욕망인 의사, 변호사, 검사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춤, 노래,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몸바친다. 기성세대와 청소년들 간에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을 정도로 가치관의 차이가 커지고 있고, 급기야는 세대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4. 청소년 문화교육으로
기존 청소년사목은 청소년문화를 고려하지 못한 채 교육자 중심의 교리 내용에 대한 주입식, 강의식 교리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사실 복음은 가르치는 것보다는 깨닫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삶의 자리인 문화를 통해 문화를 경험하면서 복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며 복음화이다. 최근에 개혁적인 교육자들은 「문화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 계발과 학습에서의 자기 주도성 함양을 강조하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학과 영화, 도시와 영상, 평화와 미디어, 수학과 미술, 상대성 이론과 전위미술, 어린이 방송국 등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 교과의 주제들과 예술과 미디어를 접합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교과 커리큘럼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만이 문화적 욕구가 왕성하고 멀티미디어적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세 가지 영역은 학교, 가정, 그리고 대중문화이다. 그러나 대중문화라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함께 청소년들은 너무 빨리 변하고 달라져가고 있는 반면, 가정, 학교, 교회는 「달라지지 않은 시스템」으로 남아있음으로 해서 청소년들은 매일 갈등을 겪고 있다. 청소년들이 소비문화의 중심주체이면서 비주류문화의 생성 주체로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교회는 청소년을 사목의 대상으로 삼아온 기존의 청소년사목에서 탈피하여 청소년이 주체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향유하게 하는 「청소년문화사목」이라는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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