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치른 후 따끈한 욕탕이 그리워 동네 대중탕을 찾았다. 반갑게 이야기하는 이웃 사촌들. 품앗이 등밀기를 했는데 숫자가 홀수여서 내가 두 명을 밀어주게 됐다. 두 사람의 등을 밀고 나니 팔에 힘이 탁 풀린다.
『이래 가지고서 어떻게 목욕을 한다지』하고 생각하는데 이때 내 어깨를 살짝 치는 손길. 돌아볼 사이도 없이 들리는 음성은 『등 좀 밀어주세요』였다. 난 기다리고나 있었던 것처럼 『네 그러세요』라고 대답해버렸다. 그런데 웬걸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너무도 넓은, 상식적인 규격을 너무나 무시해버린 「정사각형의 잔등」이었다.
넘겨주는 수건을 받아들고 어디서부터 시작이라는 것도 없이 힘없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나는 소리없는 자책을 했다. 얼굴에 진땀이 나고 팔의 무게는 천근만근으로 느껴지자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정말 힘든 상대일 때는 그가 주님이라고, 성모님이라고 생각하면…』
『그래 바로 이 등은 성모님의 등이야, 사랑하는 성모님의 등』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팔근육에 힘이 가해졌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저를 선택해 주신 은혜 너무나 감사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행복하기까지 했다.
『성모님, 요즘 하늘나라에서도 비만 때문에 신경 많이 쓰겠군요. 성모님께서도 다이어트 좀 하시지 그러셨어요. 뭐 저야 성모님 등이 지구 반만한들 상관 있겠습니까, 그저 황송해 어쩔 줄 모르겠는데요』
이 경험담을 자매님들한테 해주자 박수까지 받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내 모습이 창피했다. 세상에서 소외된 수많은 생명들, 아무도 모르게 그들을 돕는 이들이 많건만 나는 너무나 쉽게 힘들어하며 성모님을 찾고 기대기만 했으니.
오늘 또 나는 대중탕을 찾았다. 그리고 자청해서 몇몇 사람들의 등을 밀어주었다. 몸과 맘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지난번 그 정사각형의 등은 정말 성모님의 잔등이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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