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이 급증하면서 가정 해체의 위기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혼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면 혼인율은 반대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동거나 독신도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OECD 가입 30여개국 중에서 한국은 이혼율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나라로 기록됐다.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정과 가족의 유대가 유달리 돈독한 사회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된 듯하다. IMF 경제 위기를 지나오면서 급격하게 가정 해체 현상이 가속됐고 경제적인 문제 이외에도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가정에 있어서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경제 성장 우선주의 등 그동안 쌓여온 온갖 갈등 요소들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우리의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바로 오늘날 가정의 위기로 직결된 듯하다. 오늘날 가정은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라는 극단적인 위기 외에도 출산율의 저하와 여전히 만연한 낙태, 급속도의 핵가족화로 인한 독거 노인 문제, 독신자 가구나 동거 가구, 비동거 가족의 증가 등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살던 과거의 가족상황과는 다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 가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정은 사회기초조직이라는데 그치지 않는다. 가정은 생명의 요람이며 인성이 발달하는 근원적인 장소이며 가정 안에서 자녀들은 올바르게 교육되고 양육된다. 가정은 부부가 자녀와 함께 사랑과 생명의 신비를 가장 훌륭하게 실현하는 곳이며 그럼으로써 교회와 사회에 봉사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만이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교회적, 사회적인 인식이 미흡하고 따라서 그에 대한 사목적 대안 마련이 소홀하다는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제는 교회가 지금까지와 같은 미온적인 가정사목 정책만으로는 새로운 사회 현실이 던지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가정사목이 단지 여러 사목 분야 중의 하나에 그치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전반에 걸쳐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게 구체적이며 효과적인 사목적 대책들이 수립돼야 한다. 각 교구와 본당에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또 범교회적인 차원에서 한국 사회의 가정 문제를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 여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일선 본당에 제시함으로써 사목 현장에서의 가정사목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우리 가정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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