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H.D 솔로우는 외딴 호수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간 홀로 지낸 체험수기를 책으로 펴냈다. 19세기 고전의 하나로 알려진 「숲속의 생활」이라는 이 책은 경제적 속박이 없고 단순한 자연생활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데 대한 인생실험 보고서이며, 그의 깊은 사상적 체험을 피력한 내용이다.
그는 고독한 자연생활에서 다음과 같은 것을 배운게 큰 소득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즉, 『사람이 자신의 꿈이나 이상으로 하는 방향으로 전심전력 나간다면 상상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또 생활을 단순화함에 따라 우주의 법칙은 보다 덜 복잡하게 보이고,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약함은 약함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활철학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나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살아가면서 자신을 던져 남을 위해, 혹은 대의를 위해 무조건 헌신한다는 것도 미담으로 감동을 받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수님이 죽음으로써 살고 세상사람들을 구제하신 일을 아득히 올려다보면서 경배하는 우리 모두 그 한가닥을 잡고 따라가려 하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이….
그러나 우리들 주변에 보석같은 사람들이 없는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뜻있는 일을 위해 헌신하는 길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나 크든 작든 고마운 헌신에 고개 숙여지는 일이 적지 않다.
예컨대 평생 열심히 모은 재산을 고스란히 교육재단에 바치는 사람들, 후학들을 위해 운명할 때 실험용으로 제 몸을 바치는 의대교수들의 가슴 뜨거운 헌신, 장애자의 등하교를 매일 도와준다는 어떤 택시기사의 봉사정신,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오히려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전에 없이 많이 걷치는 일등 등 우리사회에서 고마운 헌신은 일일이 적을 수도 없다.
그런 중에도 「미래가 있는 민족만이 나무를 심는다」는 강한 의지를 생활화하고 있는 지성인이 있다.
어느날 공적인 일로 한 기업인을 예방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집무실에서 용건을 논의하고 일어서는데 그분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라는 책을 한 권씩 선물로 주었다.
이 책은 프랑스 고원지대에서 한 양치기가 홀로 묵묵히 나무 심기를 수십년 하는동안에 어느새 황무지산이 아름다운 숲으로 바뀌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소설이지만 읽는 동안에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최면효과까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생의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헌신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 어떤 철학서 못지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작용한 것 이상으로 이 책을 읽도록 권해준 분에게서 각별한 감동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분은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심는 일이면 언제라도 기꺼이 손잡아 주면서 사회에 봉사하고 있었다.
그분은 20년가까이 사유림이 아닌 국유림에 나무를 심어왔다. 이일에 공감한 전 직원이 휴가 대신 나무심기에 참가하고 청소년들의 숲체험, 신혼부부들이 기념으로 나무심기등 미래숲을 가꾸는 일에 앞장 서 오고 있다.
IMF 때는 산림청과 손잡고 실직자들을 산으로 유도하여 숲가꾸기 전문가로 만든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헐벗은 북한땅에 묘목과 임업기구를 보내고 묘판장 지원 등을 하는 「평화의 숲」운동, 생태산촌만들기, 자연보호기금운동 등에 열의를 쏟고 있다. 황사바람의 진원지인 몽골과 중국에 나무숲으로 방풍막을 만들어야 한다는 독려로서 대학생 100여명이 참가하는 친선 우의림운동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이끌어가면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아름답고도 유익한 경제림 조성을 하는 일이야말로 환경보전의 길이요 우리 후손들에게 줄 위대한 국가자산임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 이름보다는 가톨릭신자라는 것만 밝혀둔다.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산의 해이다.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산림헌장도 선포되리라 한다. 날로 지구환경의 훼손과 오염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이때 국토의 65%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산과 산림의 자연보전을 위해 국가차원의 진지한 대책이 세워지고 우리도 나무와 숲을 더욱 사랑하는 대열에 참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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