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시어머님께서 갑작스럽게 하느님 품으로 떠나셨다. 휠체어를 타야만 거동할 수 있는 남편과 반신불수인 내가 부부로 살아가는데 동반자요, 보호자요, 우리의 기둥이던 분이셨기에 우리 부부의 슬픔과 절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대로 춥고 쓸쓸하고 적막한 겨울의 쓰라림을 이겨내고 새봄을 맞이했다.
새봄이 돌아오니 시어머님께서 가꾸시던 작은 텃밭에 거름을 넣고 땅을 일구어 씨앗 뿌릴 일이 큰 걱정이었다.
반신불수인 내가 한 손과 한쪽 다리로 삽질을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농사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보니 언제까지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순절이 시작돼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내 힘으로 시작해보았다.
그날부터 삽을 옆구리에 끼고 거름 한 삽을 옮기며 절뚝거리다보니 텃밭까지 들고 가는 것보다 중간에 흘리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게 흘리면서도 한 삽 두 삽 거름은 텃밭으로 옮겨졌다. 흘린 것을 다시 쓸어 담다보면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잠자리에 들면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을 만치 쑤시고 아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날이 새면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왕 시작한 일 끝을 보자. 예수님께서는 나보다 훨씬 더 아프셨을꺼야』
거름을 다 옮기고 손바닥만한 밭의 흙과 거름을 섞는데만도 사흘이 걸렸다.
어디 그뿐이랴. 거름을 다 섞은 후엔 미처 다 썩지 못한 검불을 걷어서 불에 태우느라 또 하루를 보내고, 흙 속의 작은 돌멩이를 골라내는데 또 사흘, 호미로 골을 파고 씨앗을 넣는데 또 사흘을 보내면서 부활절을 맞았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에 거름을 넣고 텃밭을 일구면서 예수님 고난에 동참했던 사순절, 그 후 맞이한 부활절! 어느 때보다 뿌듯하고 보람되었다.
나의 잘 다듬어진 텃밭과 같이 내 마음 속의 예수님을 모시는 텃밭도 잘 가꾸어져서 내 텃밭에 뿌린 씨앗들이 싹 틀 때쯤이면 마음속의 신앙도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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