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람의 아들로 세상에 왔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사람과 하느님, 사람과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영원한 생명으로 부르셨다는 구원의 메시지는 복음 선포의 핵심이며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교회는 그 복음을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그에 적절한 언어와 가르침으로 선포해 왔으며 그 복음이 던져주는 소명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복음을 증거해 왔다.
그래서 항상 시대와 역사의 요청에 따라 스스로를 쇄신하고 영원한 생명의 그날까지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이처럼 교회가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스스로를 쇄신하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복음 메시지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역사적인 회의였다. 이에 오늘날 한국교회를 포함한 보편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왔던 것이다.
공의회가 개막한지 올해로 40년이 지났다. 근현대 한국과 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제반 환경은 우리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으며 이에 따라 교회의 사목 환경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교회 일각에서 제3차 바티칸공의회를 운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어떤 의미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공의회가 제시한 모든 가르침은 여전히 우리 교회 안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의회가 내다본 세계와 교회의 변화, 그리고 그에 준한 교회의 변화와 쇄신의 요청은 아직도 남아 있으며 채 실현되기 전이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우리 신자들이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을 얼마나 충실하게 익히고 배웠는지에 대해 한 번쯤 성찰해볼 일이다. 과연 우리가 공의회 문헌을 한 번이라도 들춰본 일이 있는지, 공의회의 정신을 우리 교회와 신앙생활 안에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 각 교구나 본당에서 공의회 문헌에 대해 신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특별히 현재 교구 시노드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교구의 경우에는 이 기회에 교구민들이 공의회의 가르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나아가 서울대교구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공의회와 그 가르침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공의회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오늘과 내일의 우리 교회가 배우고 익혀야 할 교회의 가르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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