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당 소득이 연간 1만 달러에 가까운 풍요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1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을 살아가던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게 많은 요소들에 의해 자주 불안을 느낀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와 불안의 종류는 물론 개인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너나 없이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평안은 매우 그립고 소중한 것이다. 이따금 평안한 순간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나의 뜻과는 달리 어떤 종류이든 하여간 불안이 엄습해와서 다시 부담을 준다. 어떤 사람은 불안에 시달려 밤잠을 들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소화가 안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불안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한다. 우리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평안인데, 자주 불안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그런데 불안은 그저 우리를 괴롭히기만 하기 위해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불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마음이 불안하여 몹시 불편하면, 먼저 그 불안이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 하면 이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불안의 원인은 내가 너무 게으르게 생활하여 미래를 위한 희망을 가꾸어나가지 않는 것일 수 있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소홀히 한 것일 수도 있으며, 남을 속여서 그것이 탄로날까봐 염려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나 자신을 실제보다 너무 높게 생각하여 너무 많은 것을 자신과 이웃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불안은 상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온다. 그 신호는 차츰 강해져서 결국은 행동하도록 한다. 불안은 해결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을 병들게 하거나 이 존재의 세계로부터 퇴출시켜버린다.
고요와 평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하는 것에서 성취된다. 갓 태어난 아이는 울어대야 숨을 쉴 수 있고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도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나갈 때 평안을 누릴 수 있다. 불안은 우리가 평안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고, 평안은 이것을 행한 결과이다.
그래서 평안과 불안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불안이 없이는 평안이 존재할 자리가 없고, 평안이 없는 불안만으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불안의 긴장이 지속되면 평안의 달콤함이 그만큼 더 크게 다가온다. 불안이 크면 작은 것에서도 큰 평안을 느낄 수 있다. 평안이 지속되면 작은 것에서도 큰 불안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아무 것도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잘 갖추고 있는 사람이 크게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삶은 평안과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의 삶 도처에 불안이 끼어 있고, 또한 그에 못하지 않게 평안이 자리잡고 있다. 평안과 불안의 팽팽한 긴장감을 견디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수행해야 할 일 중에서도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