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되자 많은 본당에서 바자회를 열고 있다. 성당건립기금을 마련하고, 사회복지기금을 조성하며, 주일학교 운영비를 마련하다는 등 취지도 다양하다. 그래서 항상 주보에는 바자회 물품을 접수한다는 광고가 실리곤 한다.
그런데 한가지 유감인 것은 언제인가부터 새 옷, 새 신발, 새 가전제품만을 기증받는다는 내용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헌옷이나 신발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깨끗이 빨아서 달라고 했고, 가전제품도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이나 고장난 것은 고쳐서라도 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새 것으로만 달라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바자회에 내려고 물건을 사놓는 사람이 있나? 달리보면 그 물건을 사서 달라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럴바에야 차라리 현금으로 달라는게 바자회 취지에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바자회는 아나바다 장터와 다를 수 있다. 특히나 오늘날 세태가 새것만을 찾는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새 것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시류에 휩쓸려가는, 편의주의에 편승한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새 것은 새것대로 헌 것은 헌 것대로 파는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남으면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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