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가 노동자주일을 신설했다는 소식이다.
성소주일 이후 노동절과 가장 가까운 주일로 노동자주일을 택한다는 방침에서 올해는 부활 제5주일이 노동자주일로 정해졌다.
이같은 노동자주일 신설은 한국교회 안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만큼 노동자주일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노동하는 인간」 등의 회칙 발표를 통해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또한 그러한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들을 고발,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려 노력해 왔던 교회 역할이 한국교회 안에서도 공식적으로 가시화 된 모습으로 남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 현실은 세계화의 거센 폭풍과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욱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우리 사회 전체에는 불안이 확산되었으며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러한 불안은 해소되기 보다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노동은 사회문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노동하는 인간, 2)는 회칙 내용처럼 노동문제는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자 급증, 정규직의 축소와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 공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 전환정책, 세계 자본의 한국시장 잠식과 늘어나는 해외 매각 등으로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불안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한 가족공동체 해체 역시 늘어나고 있다.
노동사목 관계자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같은 노동문제가 방치될 경우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에 위태롭다」(필라델피아 선언)고 한 국제노동기구(ILO) 경고처럼 사회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결코 진정한 사회정의는 구현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천교구의 노동자주일 담화문에서는 특히 열악한 노동문제 현실을 보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교회의 책임이 언급돼 눈길을 끈다.
우리 교회 구성원들도 역시 노동문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타인의 생명이나 공동의 가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우리 현실이고, 이는 교회 가르침을 외면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그리스도인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차제에 인천교구 노동자주일 신설이 담화문 내용처럼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고 노동에 대한 신앙인 들의 눈높이를 노동안에 숨겨져 있는 노동자의 인격, 생산품 안에 담겨 있는 노동자 인격에 맞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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