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매개로 한 자살 사이트가 또 다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자살 사이트가 자살을 방조하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야기한다는 우려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사회적인 비난 여론과 우려에 밀려 자살 사이트들이 한 동안 뜸했으나 최근 자살 관련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한 30대 남성과 여고생 2명이 아파트에서 동방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자살 사이트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사이트의 경우에는 자살을 부추기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신과 전문의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줌으로써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삶의 포기를 피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개설한 것이어서 더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자살을 공공연하게 자살을 권유하는 사이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몇 차례의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 후 대개의 사이트들이 폐쇄됐고 대형 포털 사이트들 안에 개설된 동호회나 소모임들에서도 이러한 사이트들은 자취를 감췄다. 어떤 사이트는 「자살」이라는 단어, 검색어 자체가 금지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검색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자살 사이트가 수 십개는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이트들 역시 역으로 이용될 때 자살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인터넷을 통한 자살 사이트의 부작용은 그만큼 광범위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과연 인터넷 사이트의 규제가 이 같은 자살 행위의 근원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살 충동이 커지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도화선을 제공했을 개연성을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자살을 생각할 만한 동기가 이들의 마음 속에, 그리고 사회적 환경 속에 내재돼 있었던 것이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동기가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인터넷은 선하게도 악하게도 사용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며 우리가 세워야 할 대책은 이들이 왜 자살을 택해야 했던가 하는, 그 원인에 대해 좀더 깊이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사이트가 자살을 부추기지 않도록 적절하게 규제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대책, 즉 자신이든 타인이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언제라도 자신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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