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린이 미사에 참례할 기회가 있었다. 내 앞에는 약간의 정신장애를 앓고 있어 보이는 어린이가 있었다. 미사에 집중하기가 힘든 듯 주의가 산만했었다. 그런데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치는 시간이 되자 그 아이는 친구들과 손을 잡고 리듬에 맞춰 고개를 살살 흔들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뒤에 섰던 교리교사인듯 한 어른이 아이 뒤에 다가가 머리를 잡으며 흔들지 못하도록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며 경직되어있는 미사 전례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왜 굳이 아이의 머리를 잡아야 했을까? 음악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나오는 율동은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입으로는 찬미 찬양하면서 몸은 뻗뻗하게 굳어있는게 올바른 자세인가?
요즘 많은 본당에서는 중고등학생 미사 때 청소년성가를 사용한다. 특히 요란한 소리의 그룹사운드 반주를 곁들여 그들의 정서에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참으로 딱하게도 그들은 입만 움직일 뿐 마음과 몸은 굳어있다. 분명히 성가는 신나고 절로 율동이 따라오는 음악인데도 말이다.
전례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벼운 율동이나 박수, 어깨춤 등을 곁들이면 좋겠다. 지금은 그레고리오 성가나 라틴 성가를 부르는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아프리카의 전례에서처럼 엉덩이를 흔들지는 못하더라도 찬미 찬양하고, 잔치에 참례하는 기쁨을 몸으로도 표현할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향한 언행일치가 아니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