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5년만에 어김없이 다시 돌아왔다. 자연의 섭리는 반복하면서 인간에게 새로움을 자아내게 하건만, 국회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녹음테이프 사건 등 일련의 폭로 소재들로 혼탁한 선거전에 흠뻑 젖어있다.
지역구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기본임무를 외면한 채, 줄지어 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하거나, 충성스런 줄서기에 몰두한다. 국회는 열려있으나, 대선 경선에 몰두한 나머지 어느 누구도 국회의 존재여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드라마 보다 흥미로운 대선 경선에 모두들 일손을 놓았다.
16대 국회의원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대변하며, 민주질서 확립, 지역구 발전 등 수 많은 공약을 선보임으로써, 당선된 선량들이다. 공교롭게도 대선 경선에 참가한 주자는 대부분 현직 국회의원이거나, 전 의원이다. 국회 스타들은 절제 없는, 이전투구의 대선경선을 벌이고 있다. 세속의 깊은 늪으로 빠져든 경선 게임을 관조하는 국민은 박찬호의 경기를 관람하듯 지켜본다. 신문은 우파, 좌파, 보수, 진보, 주적, 주한미군철수, 동아일보 폐간, 재벌해체, 말 바꾸기, 거짓말 등 삼국지 정치학에서 나올만한 거대 담론을 꾸며간다. 말싸움이 격해질 때, 경선 주자들은 공중 외줄 타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속단하는 야구 매니아들은 곧 믿음직한 구원투수가 나올 것을 장담할 뿐 아니라, 신당 출현의 가능성까지 점친다.
담론의 풍성한 말 잔치는 결국 내용의 빈곤함으로 이어진다. 선동이 난무한 선거전에서 지루한 일상생활의 민생 문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새천년 민주당은 「중도 개혁정당」으로 표방했지만,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당의 정책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선에 이길 후보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다보니, 언론에 적합한 「청문회 스타」를 대선 후보로 낙점했다.
이벤트성 경선에 상업성 언론이 질세라 합류한다. 신문은 이념적 색깔논쟁, 폭로전으로 독자의 구미를 당긴다. 경선 후보도 언론의 보도에 더욱 신경을 쓴 나머지, 진지한 정책개발은 뒷전에 밀쳐둔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의 의정활동은 주요 의제에서 벗어났다. 현재의 대선 경선의 추세라면, 선동 정치꾼은 자신이 한 말의 올가미의 덫에 걸려, 선동정치를 일삼을 것이 뻔하다. 또한 그들의 식솔들은 언제든지 직업관리의 예산과 시간을 점유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예산과 시간을 약탈당한 관리는 무능관료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대선의 아우성에 발 맞추어 무능 공무원에 대한 원성도 그 못지 않게 드높다. 입법과 행정이 아마추어리즘에 젖어 있으면서, 사법부에 삿대질 할 판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저 모양이니 국법이 바로 설 수 없다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민주주의의 근원이다. 다른 여타의 사회제도를 탓하기 전에 국회의원이 임기동안 대의정치의 근본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원 각자가 민생의 문제에 전념할 때, 지속적인 국가 발전과 미래가 밝게 된다. 국회가 선동정치의 진원지가 된다면, 그 후유증은 국민이 떠 맡는다. 야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아들 비자금에 열을 올리는 사이, 다음 대통령 아들의 비리도 싹을 틔운다. 올 일년 부실한 국회 운영을 일삼는동안, 또 다른 비리가 대기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 의원이 벌이는 정치 쇼를 지켜보는 국민은 깊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대선 경선의 통과예식을 치르듯, 대부분 전통종교는 주신제의(酒神祭儀)의 의례를 지낸다. 같은 주신제를 신봉하는 종교의 속성이지만, 그리스도교는 여타 종교와 달리, 주신제의 문화를 뒤로한 채, 행동 양식을 성서에 상세히 기록한, 기록의 종교이다. 관심을 끌기 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종교이다. 「임마누엘」의 탄생을 일찍부터 예언했듯, 그리스도교는 미래를 예측하는 종교이다. 신자는 항상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뚜렷한 질서의 종교이다. 현직 대통령과 유리한 야당 경선 주자가 가톨릭 신자이다. 가톨릭 신자의 수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신자가 직, 간접적으로 벌이는 대선 경선의 양산이다.
국회가 탄생시킨 단임 5년 대통령제를 대신해서, 「의원 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의 논의까지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의원이 벌이는 아슬아슬한 대선 경선은 정치학에 충실하기 보다, 힘껏 몸 부풀려 정치판에 뒹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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