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최근 이른바 「임종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소극적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물론 윤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의료계는 지난해 논란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회복 불능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이나 철회가 안락사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하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에 직면해 있는 환자의 무의미한 생명 연장과 고통스러운 삶을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함께 비공식적으로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94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96.3%라는 절대 다수가 이미 연명 치료 중단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톨릭교회 역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안락사에 관한 선언」 등을 통해서 『사용되는 수단에도 불구하고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할 때,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을 보호해줄 뿐인 치료법을 거부할 수 있는 결정은 양심 안에서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에 의협이 발표한 지침이 인간의 「존엄사」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그 기본 취지에 대한 부분적인 공감을 전제하더라도 의료계의 이러한 행위와 자세는 반드시 지적을 해야 할 부분들이 남아있으며 지침이 담고 있는 내용들 자체가 지닌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재차 연구 검토되어야 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우선 의료계가 현행법에 배치되는 내용과 주장들을 국민들의 정서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없이 독단적이고 강경한 자세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를 지적하고 싶다.
또한 회복불능판정과 이에 따른 치료중단 여부를 의사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기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분명히 정당하고 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논란의 핵심인 회복 불능 판정이 의사의 오판일 경우, 또 그 판정 과정에서 어떤 고의성이 개입된다면 이는 살인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료계의 주장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야 할 것이며 전문성을 내세워 국민 정서와 의식, 현행법을 무시하는 고압적인 자세는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행위, 생명윤리와 관련된 논의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 한 점의 우려나 위험, 악용과 오용의 요소가 있다면 이에 대한 완전하고 철저한 대안책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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