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국에서 대학생 사목을 담당해 왔던 마가렛 벳츠는 미국 문화의 세 가지 부정적 특징을 개인주의, 소비제일주의 그리고 폭력이라고 지적하였다. 개인주의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되면서 특히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의 미국 문화에서의 개인주의는 심각하게도 개인의 이익만을 챙기는데 전념하는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이해되기도 한다. 곧 사회 안에서 개인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 개인의 경험과 자신을 가족과 사회로부터 독립적으로 표현하고픈 욕구를 으뜸으로 삼는 형태가 이러한 개인주의의 모습이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는 불신의 사회를 조장하게 된다.
소비주의는 사전적 의미로 이해할 때 상품구입 행위를 향한 집착 또는 성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소비주의는 사람보다는 상품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사람의 됨됨이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래서 어떤 사회학자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볼 때 『항상 눈가에 근심이 구름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은, 심지어 기쁠 때도 심각하다 못해 슬퍼 보이는 것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유에 대한 이러한 열정이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여자가 사는 곳은 백화점이다』라는 문구의 자동차 범퍼 스티커를 과거 한 때 미국 사회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백화점은 일종의 국가기관처럼 되어버렸고, 쇼핑은 국민적인 놀이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우리 인간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물건을 잘 이용하도록 창조되었는데, 오늘날의 소비주의 사고는 그와는 정반대로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도록 부추기고, 결국 사람은 물건보다도 더 못한 존재로 추락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와 텔레비전 산업은 미국민의 폭력성을 극대화시켰다고 한다.
「텔레비전 폭력에 대한 전국 모니터 연합」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 어린이들은 매년 전쟁을 테마로 한 250가지의 만화와 800가지의 장난감 광고에 노출되어 있고, 따라서 어린이들은 16세가 될 때까지 약 3만3천 건의 살인장면을 포함한 20만 건의 폭력장면을 목격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미국에서는 총기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수 만 명에 이르고, 청소년 총기난사 사건도 별로 놀라운 사건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미국문화의 특징이라고 지적된 위의 세 가지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는 예외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우리 사회가 미국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우리는 여섯명의 여성을 연쇄 살인한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며 경악하였었다. 그것도 불과 몇 백만 원의 카드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니! 아니 빚을 갚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장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한 살인이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돈 때문에 이렇게 쉽게 살인할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이고, 우리 사회의 소비제일주의의 사고가 이렇게 생명까지도 하찮게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개인주의, 소비제일주의의 모습이 결국은 폭력의 사회를 조장하였고 이에 생명은 경시되고 사회는 서서히 죽어간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이 반 사회, 반 생명의 현상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우리 문화의 긍정적인 가치를 시급히 찾아야 할 때이다. 특히 생명의 존엄성 등 이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가르치고 이끄는 종교계와 학계의 제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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