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을 할 기회가 의외로 적은 것이 우리 사제들의 일상이다. 그런 내게 아주 작은 착한 일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있다.
지난 4월 어느 날, 외출했다가 본당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의 일이었다.
한 할머니가 앞자리에 앉으셨는데 얼굴에서 걱정과 근심이 직감적으로 내게 전해져왔다. 잠시 후 할머니는 건너편 좌석에 앉은 아가씨에게 요금을 지불할테니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청하셨다.
그 아가씨의 대답 왈, 『저 핸드폰 없는데요! 할머니!!』 휴대폰이 있음을 완강히 부인했다. 조금 전에 그 아가씨가 친구와 한참을 통화하는 것을 목격한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멋쩍어하던 할머니는 잠시 후,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셨다. 예사롭지 않은 표정이셨다.
『할머니 제 휴대폰 쓰세요』
나는 휴대폰을 건네 드렸고 할머니는 다투고 온 아들과 화해와 용서의 대화를 나누시는 것이었다.
잠깐만 쓰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오랜 시간 통화를 마친 할머니는 별도의 계산(?) 없이 『고마워∼청년!!』 하시면서 내 휴대폰을 돌려주셨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청년」이라는 소리였고, 더 오랜만에 해보는 착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주님, 주님 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 21)고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신다.
착한 일을 찾아서 하지는 못할지라도 우리 신앙인들은 내게 애덕을 실천할 기회가 왔을 때, 『가난한 마음으로 자비를 베푸는 마음으로』(마태 5장) 행동해야 할 것이다.
많이 밝아진 할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버스에서 내려 성당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기뻤다. 작은 일이었지만….
그런데, 아주 작은 일을 해놓고 내가 너무 말이 많은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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