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는 부부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새로운 인구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지금 우리나라 부부들의 출산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인구가 급격하게 노령화되어가고 있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로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일정시기 후에는 인구의 절대수마저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로 인구전문가들이 갖고있는 이런 견해와 판단은 최근 발표되는 인구관련 여러 가지 지표들에 근거를 둔 것이다. 예컨대 금년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의 변화양상과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출산하는 아이 수, 즉 합계출산율이 1960년에 6.0명에서 2000년에는 1.4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최근 통계청의 인구추계 발표를 보면 현재 7% 수준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이 2020년경에는 14%를 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의 이런 출산율 감소와 노인인구의 증가를 부정적인 일로만 보자는 것은 아니다.
평균가족수의 감소로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자녀들의 건강과 양육상태가 좋아져 평균수명이 증가했으며, 무엇보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여기회가 증가하는 등 이 일이 전체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바가 결코 적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출산율 저하나 노인인구 비율의 증가가 선진국들에서는 100년 이상 걸린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20내지 3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라는 점이고,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우리사회가 적절히 대응해 오지 못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960년대와 70년대의 우리나라 인구억제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자」는 구호아래 세 번째 출산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아예 의료보험혜택도 주지 않았고, 80년대 초에는 「하나도 많다」는 구호를 내세워 더욱 더 강력하게 출산을 억제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갑작스런 변화 과정에서 출생성비의 불균형과 인공임신 중절의 만연, 그리고 이혼의 증가나 청소년 성 문제 같은 일들이 봇물 터지 듯 발생했을 뿐 아니라,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노동력 수급의 불균형과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복지비용부담 등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할 문제들이 일시에 발생을 해서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 일이다.
지금 인구문제 전문가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정부가 1980년대말에 출산억제 인구정책을 포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 젊은 부부들 사이에 자녀는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주 넓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자녀가 없어도 좋다는 부인들의 비율이 무려 41.5%나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급격한 출산율 저하에 대해 예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는 심각한 문제제기와 함께 두 가지 중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제 더 이상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출산수당이나 육아를 위한 아동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과, 부부들의 피임방법을 부인 위주의 영구피임에서 남편이 함께 협조하는 일시 피임방법으로 바꾸도록 한다는 것, 그리고 결혼과 가정의 가치를 올바르게 교육함으로써 개인주의적 가치관에서 비롯된 출산기피와 여성 독신주의를 가족주의적 가치관으로 바꾸어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내용의 신인구정책은 정부가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인구억제 정책을 시작한 이래 계속해서 가톨릭교회가 강한 우려와 함께 대안으로 제기했던 일들과 같은 내용의 일들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의 「인간생명」 회칙과 1981년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가정공동체」 같은 문헌을 바탕으로 자녀수를 결정하는 일에 있어서나 피임방법을 정하는데 있어서 교회가 생명의 존엄성과 부부 및 가정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한 일이 그것이다.
부부간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자연가족계획 방법을 보급한 일이나 국내 가톨릭계 병원들이 정부의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아가며 세째 이상 출산에 대해 보험수가를 적용했던 일이 바로 이런일에 속한다.
뒤늦게나마 가정과 출산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새롭게 인식 되는 것 같아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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