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새롭게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대상자들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우선 124명의 순교자들이 교황청 시성성에 자료가 제출돼 시복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다. 이 절차가 단지 행정적인 처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모든 한국교회 신자들은 마음을 모아서 순교자들의 고귀한 믿음을 본받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이다.
한국교회는 이미 103위의 성인을 탄생시킨 순교자의 땅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84년 한국 땅을 밟고 순교자의 피와 땀으로 점철된 흙에 입을 맞추던 그 때를 많은 신자들은 잊지 못한다.
교황은 그해 서울 여의도에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인원을, 로마에서 이뤄지는 것이 전통이던 것과는 달리 순교자가 탄생한 그 땅을 방문해 순교자로 선포하고 성인품에 올렸다. 우리 한국교회와 신자들로서는 실로 엄청난 영광이었다.
그후 한국교회에서는 한국 성인을 주보로 모시는 본당들이 늘어났고 세례명을 한국 성인명으로 하는 것이 유행했다. 한국 성인들의 삶과 생애, 정신을 배우고 본받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하지만 그후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회 안에서 순교자들의 정신을 본받고 순교 신심을 진작하려는 움직임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번 시복시성운동으로 한국의 순교 성인이 새롭게 탄생하고 한국교회가 더 많은 성인들을 갖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우리는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시복시성운동이 참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들의 좀더 철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복시성 추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참된 순교자 현양 운동이 정착되고 신자들의 순교 신심이 자리잡는 것이다. 시복시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추진 방향이 수립되고 이에 따라 차질 없이 모든 절차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모든 절차와 함께 모든 교구에서 적절한 순교자 현양 운동과 각종 교육 프로그램, 순교신심을 연구하고 배우는 자리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정일 주교는 지난 3월초 주교특위 제2차 회의에서 이 시복시성 추진 과정을 통해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이 현양되길 바란다고 당부하면서 사목자들과 신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도와 정성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시복시성 추진 과정은 우리들이 순교자들을 배우고 따르는 다시 없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모든 신자들이 깊은 관심으로 지켜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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