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 사물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는 것이 우리가 믿는 신앙의 핵심 중 하나이다. 하느님께서 원하셔서 이 세상 만물은 존재하고, 우리들도 생명을 부여받아 오늘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을 천부적으로 부여된 생명을 살아가는 주체의 입장으로 돌려보면,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원해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태어나져 있기 때문에, 살고자 하는 강한 본능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피투(被投)된 존재(geworfenes Wesen)』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 땅에 던져진 존재이다. 살고 싶거나 말거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성에 대해서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존재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불행한 존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살아가는 작업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하는 지상 최대의 과제이다. 존재를 포기하는 일은 쉽지도 않거니와, 그렇게 하면 구원의 반열에서 제외되는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대단히 무거운 과제이다. 이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데에 음식의 맛을 돋구는 양념처럼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기쁨이다. 우리는 고달픈 삶 가운데에 쾌락과 기쁨이 간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삶을 견디어 내고, 때로는 참으로 기뻐하면서 살아가며, 이러한 삶을 영원히 살아가기를 원하기조차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에서 『감각을 가진 존재는 모두 쾌락을 추구한다』고 했다. 감각은 즐거운 것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각을 가진 동물들의 삶을 관찰해보면, 이들이 쾌락을 대단히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쾌락을 찾아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쾌락이 없는 것을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 소들이 풀을 뜯을 경우에도, 개들이 사냥을 할 경우에도 식욕과 관련된 쾌락을 추구한다.
우리 사람들도 쾌락을 대단히 추구하는 존재이고, 쾌락이 있기에 삶을 살아갈 의욕을 내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넣어주신 천부적인 요소로서 정당한 것이다. 여기서 쾌락이라는 단어는 즐거움보다 더 강한 느낌을 주는데, 하여간 우리는 쾌락이 동반되지 않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쾌락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도 가고, 이것은 비난받아야 할 태도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나가도록 주신 내적 원리에 충실한 것으로서 정당한 것이다.
하여간 우리는 살아가는 데에 쾌락과 기쁨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다. 쾌락과 기쁨이 없는 삶은 너무나 힘들고 무거운 삶일 것이고, 이러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큰 짐이자 속박일 것이다. 그러한 삶은 살아갈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유일하게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동물의 단순한 삶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추구한 쾌락이 기쁨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도록 하자면, 경험과 배움을 통한 삶의 지혜가 많이 필요하고, 그 지혜들을 실천에로 옮길 수 있는 용기와 자기 조절 능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기쁨이 다가올 수 있는지 좀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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