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MBC 스페셜은 국민 참여 경선의 양상으로 노사모를 소개했다. 문화방송의 노사모 부각을 못마땅하게 여긴 한나라당은 이의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노사모가 노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판매하는 등, 특정 후보자를 홍보, 선전한다고 규정하고, 사조직 활동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극우론자는 노사모를 사이비 종교집단, 정치 룸펜 등으로 간주했다. 노사모는 실제 자원봉사자 단체인지, 선거 유세단체인지, 또한 노후보가 직접 조정하는 단체인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노후보를 앞세우는지 등이 아직 불투명하다. 설령 사조직이라 한들 경선을 거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모임인 이상, 노사모는 제도권에 이미 한발 들여놓았다. 차후의 관심은 제도권 언론에서 어떻게 다뤄줄 것인지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도권 언론이 다뤄주거나 말거나,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 노사모는 인터넷을 통해,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작년 1월 15일 김대통령의 「언론개혁 선언」 이후, 조선일보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한 「언론개혁」 선언의 여파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사모의 영향은 또 다시 안티조선의 망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수많은 게이트 사건을 파헤쳤으며, 대통령 아들 구속으로 몰고 간 쾌거와는 별도로 난데없는 일격에 조선일보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입에 침이 마를 정도의 무용담을 열거할 수 있지만, 정치 변혁은 어김없이 주요신문을 격하한다. 관행처럼 불거져 나온 성토의 현실이라면, 조선일보사의 취재관행에도 허점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신문의 의제설정이 수시로 변경되는 것도 문제시되지만, 시대에 뒷북치는 고정관념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점점 제한된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신문, 그날 그날의 사건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은 신문 등은 민중에게 부정적으로 회자되게 마련이다. 독자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변호사 기사 사전 열람제도 등은 좋은 발상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경직된 이념으로 기사, 편집을 고집한다면, 민중은 당연히 문제를 제기한다. 기자, 편집자, 데스크가 그날의 중요한 이슈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독자, 관행, 전통, 정치, 위계질서, 여론 등을 복잡하게 고려하는 와중에서, 뉴스는 산만해지고, 진리가 꼬인다. 언론자유가 춤을 추고, 알권리가 왜곡된다.
멀쩡한 뉴스가 내적 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면서 빈번히 뉴스 감에서 제외되고, 뉴스거리가 아닌 내용이 뉴스로 둔갑한다.
랑케는 모든 결정적 순간에 신이 개입한다고 굳게 믿었다. 랑케는 일순간 그리스도가 역사를 움직인다고 간주한 것이다. 밀턴은 악이 항상 선과 공존함을 지적했다. 욕망의 악은 인간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악을 치유하고 진리를 찾는 길이 곧 언론, 출판의 자유임을 밀턴은 상기시켰다. 그리스도의 힘을 인지하고 이를 강렬하게 추구하기만 한다면, 진리는 「자동조절원리」에 의해 반드시 승리한다고 밀턴은 굳게 믿었다. 표현의 자유는 다름 아닌, 진리 찾기 운동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언론의 자유를 으뜸 원리로 규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9조 평론의 원칙은 법이 허용하는 한, 사설 등 평론은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게 했다. 각 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각 신문의 정치적 견해 표출은 문제시 될 수 있다. 루스벨트 미대통령이 1936년 선거에서, 뉴딜 정책으로 정권 재창출을 시도했다. 당시 부유한 재력가를 배경으로 한 뉴욕 선, 시카고 트리뷴, 시카고의 허스트계 신문이 루스벨트와 맞섰다. 타임지(誌) 핸리 루스는 예외였지만, 그후 폐간된 여타의 신문들은 사실에 근거해서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대신, 선거 승리의 목적으로 악의 세력과 동조했다. 진리는 왜곡되고, 민중은 신문을 불신하게 되었다. 신문에 염증을 느낀 민중은 새로운 매체인, 라디오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절제된 정치적 입장은 노사모 등 사회단체와 토론의 장을 조성할 수 있다.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시(社是)에 따른 논조를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사실에 기초한 보도기사는 사회 봉사차원에서,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의 진솔한 원리를 고수할 필요가 있다. 밀은 인류에게 손해를 가져다주는 가증스런 것이라도 그것을 억압함으로써, 결국은 인류에게 손해를 더욱 배가시킨다고 했다.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요구되고 있는 조선일보 편집진의 관용과 포용력은 인터넷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땅의 언론자유, 민주주의를 반석 위에 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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