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쾌락과 기쁨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것을 추구하고 얻기를 갈망한다. 그런데 우리의 갈망의 대상인 이 기쁨은 어떤 곳에, 어떤 순간에 찾아드는가?
막 태어나 생을 시작하는 아기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우는 것이다. 운다는 것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행위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새로 맞이하는 환경이 낯설어서 우는지, 숨이 가빠 우는지,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우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가 기쁨보다는 고통을 먼저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기쁨을 먼저 느낀다면 미소부터 지을 것이다.
이 사실과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삶의 여정을 두고 보더라도 기쁨이 먼저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이 먼저 있고, 이것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쾌락과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배고픔의 고통이 있기에 이것을 해소하는 먹는 과정에 쾌락과 기쁨이 함께 하고, 심한 마음 고생이 있었을 때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기쁨이 자리잡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과 슬픔이 없는 기쁨은 없는 것이며, 기쁨만 있고 고통과 슬픔은 없는 경우도 없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항상 함께 한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고통과 슬픔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성서에서 말씀하시기를 「주님 안에서 항상 기뻐하시오」 라고 했으니, 기뻐해야 합니다』라고 권한다해서 그가 금방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기뻐할 수 있도록 그의 고통과 슬픔의 원인을 파악하여 그것을 해소해나가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
진정한 기쁨은 기뻐하기로 마음을 먹는 자세만으로, 인위적인 연극을 연출하거나 강요하여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속여서 얻을 수는 더욱더 없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기뻐할 주체인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속이면서 인위적인 기쁨을 조작해낸다면, 오래지 않아 정신병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기쁨은 기뻐할 수 있는 행위를 꾸준히 해나갈 때, 그것의 결과로 따르는 것이다. 어떤 힘든 목표를 설정하여 그 목표의 성취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여 마침내 성취했을 때 참된 기쁨이 온 몸과 마음에 자리잡는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목표에 도달하지도 못할뿐더러, 기쁨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기쁨은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과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나의 삶을 주어진 대로 살아가기로 받아들일 때, 내 안에 자리잡게 된다.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과 사건들 그리고 삶의 조건들을 못마땅해 하는 동안에는 내 마음에 기쁨이 찾아올 자리가 없다. 기쁨은 나와 주변의 존재에 대해 긍정하는 데서 생겨난다.
기쁨은 또한 자기 자신과 화해했을 때 마음 속으로 은근히 다가온다. 나 자신이 과거에 살아온 모든 여정들, 그 안에 든 잘못들과 상처들을 인정하고 용서할 때 참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쁨은 이웃과 화해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행했을 때 발생한다. 이웃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빚을 탕감해주는 데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렇게 기쁨은 우리를 살려나가는 데에 함께 하고, 우리를 어렵게 하는 데에는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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