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한 나라의 미래가 그 나라 청소년들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미래 우리사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미래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 것인가?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체격과 발랄한 성격의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활기 있고 자신감 넘치는 사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청소년 문제들이 장차 많은 사회문제를 발생해서 지금보다 더욱 불안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걱정해야 할 것인가?
물론,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에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들이 주역이 될 미래 우리사회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를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 관련 갖가지 비행이나 이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보면 역시 우리의 미래사회는 결코 낙관할 상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같은 견해는 최소한 현재의 부정적 모습을 개선해서 좀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다짐하는 차원에서도 일단 수용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는 청소년문제를 다루는 종교, 사회단체 대표들과 개인들이 모여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라는 기구를 발족한 일이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물론, 초등학교에서까지 끔찍한 폭력사태가 줄을 잇고 있고 이 일로 죽거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상태에 빠지는 학생들마저 속출하면서 더 이상 우리사회가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비뚤어진 모습은 비단 학교폭력실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제1위의 청소년 흡연률을 비롯해서 술집이나 윤락가에까지 드나드는 나이 어린 여자아이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미혼모나 낙태증가는 물론 소비와 향락을 위한 각종 범죄 행위 등으로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나 우리사회가 이런 청소년문제를 전적으로 외면만 해 온 것은 아니다. 청소년보호를 위한 법도 만들어져 있고 이를 행정적으로 다루는 정부기구도 없는 것이 아니며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종교나 민간단체들의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어른들의 관심이라는 것은 다분히 이론 뿐이고 무엇보다 우리 어른들이 조금도 모범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무시무시한 폭력배들을 오히려 영웅시하는 영화나 만들어 떼돈을 버는 것도 어른들이고 어린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 것도 어른들이며, 아이들 앞에서 마구 담배를 피워대는 것도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들 스스로의 문제라기보다 청소년들을 진정으로 건강하게 보호하고 육성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미국의 약속(America」s Promise)」이라는 청소년보호재단이 있다. 지금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이 미 합참의장 자리를 물러난 이후에 설립한 이 기관은 다른 청소년보호기관과 달리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거나 그들의 비행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지킬 약속 5가지를 전달하고 실천하는 기관으로 전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기관이다.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한 어른이 되겠다는 것(caring adults)과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것(safe place), 어린 시절을 건강하게 시작하도록 한다는 것(healthy start), 좋은 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것(effective education), 그리고 이들에게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community service)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는 운동을 펴는 단체다.
이제 우리는 청소년 문제를 어른들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차별적인 경쟁심으로 이기적 삶을 사는 동안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병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어른들이 먼저 올바르게 사는 모습으로 청소년들을 감동시켜야하고 진정으로 이들을 돕는 방법으로 청소년보호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이런 모범을 보이는데 앞장서야 한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그랬듯이,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직후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계 교회가 청소년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키움으로써 나라 발전의 주역들을 배출한 훌륭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사회 환경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올바른 가치교육과 건강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새로운 청소년 사목에 교회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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