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기를 들어서며 우리 민족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 포옹을 하고 민족의 통일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당시 남북한 모든 국민들은 민족이 둘로 나눠진 비극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으며 그 구체적인 성과들이 즉각 열매로 맺어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후 유감스럽게도 남북 관계는 여전히 서로에 대한 불신과 경계를 털어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 전세계가 눈물 없이는 보지 못할 감격적인 순간을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땅에는 50년 전에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한 맺힌 생을 마감하는 이웃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동포애는 지난 몇 년간 북한 동포 돕기를 통해 증명됐다. 자연재해와 저개발로 인한 북한의 식량난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북녘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했고 우리들은 전세계의 모든 뜻있는 이들과 함께 이들을 기아의 위기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더욱 심각하고 복잡해졌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남북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함께 북한을 이탈한 수많은 주민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황량한 땅을 헤매면서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마련되지 못한 상태이다.
대북 지원 역시 수년전에 비해 양과 질에 있어서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국제 까리따스가 목표하고 있는 모금액도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반면 북한의 식량 사정은 여전히 어렵고 오히려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의지가 혹시라도 식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염원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롭고 상호 공존적인 통일은 우리 민족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유일한 방향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통일 과정, 그리고 통일 이후에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정치 체제도, 정치적 갈등과 이념 논쟁보다도 오히려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으로 나타났다.
통일을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는 남북한 동포가 서로를 이해하고 참된 화해와 일치를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기도는 계속돼야 한다.
나 자신부터 가슴 깊숙한 곳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대립과 경계의 마음을 정화하고 형제애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서로를 핏줄이요 형제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다져야 하고 그런 은총이 우리 민족에게 내려지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간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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