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혼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에 문을 열고 스스로 현대화하는 것이 한국의 서울에서 확인됐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내한해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참관하고 증언한 말이다.
한국 축구팀이 세계 제5위의 실력을 지닌 포르투갈팀을 이기고 16강전에 진출한 14일 밤엔 한국 전역이 환호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경기장 밖 각 도시의 광장과 거리에 나와 응원을하며 열광한 인파가 35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한민국』 『오오, 코리~아!』 일제히 붉은 셔츠를 입은 대중이 함께 외치는 이 함성은 구호이면서 노래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평소에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이나 「코리아」라는 국호를 대화 중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월드컵 경기가 열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국에 모이게 되자 한국의 젊은 세대가 온통 들끓어져 나와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어떤 젊은이는 태극기로 온몸을 감쌌다. 또 어떤 젊은이는 뺨에 태극기를 그려넣고 나타났다.
축구 경기를 세계 각국의 국민들이 한결같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모습도 텔레비전 화면이 보여주었다. 경기의 상황에 따라 대중은 들떠 환호하거나 또는 시무룩해져서 울기도 한다. 축구가 단순한 방식으로 팀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그런 만큼 민주주의적이라는 해설을 하는 이도 있다.
이리하여 축구경기가 하나의 순수한 축제가 되는 모양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 2002년 월드컵 세계인들의 축제를 한국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단히 활력있고 발랄하게 한국 민족의 정체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일이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일에는 각기 나름의 근거와 합리성이 있을 것이다. 1936년에 독일의 베를린에서 올림픽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식민지 조선의 청년 손기정이 마라톤 우승자가 되었다. 또다른 조선청년 남승룡도 우수한 기록으로 손기정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이들은 식민지 종주국인 일본 선수단에 속해 있었다.
당시 조선의 작가 심훈이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을 알리는 신문 호외를 받아들고 즉각 그 뒷면에 시를 썼다.
『오 오, 조선의 남아여!』
이것이 제목이다.
『오늘 밤 그대들은 꿈 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 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精靈)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손기정과 남승룡을 가호한 용감한 선조들은 누구인가. 가깝게는 기미년 독립운동의 선열들이다. 그리고 지금 월드컵 한국팀의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수천년 민족사의 저력, 식민지의 독립운동가들, 손기정 선수, 4.19와 6.10 민주항쟁의 세대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 역사의 힘은 선수들에게만 오고있는 것이 아니고, 이번 월드컵 경기를 놀라우리 만큼 성공적으로 치루어내고 있는 한국 국민 전체에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 소르망은 말했다.
『이 나라는 불과 50년 전, 국제 분쟁 성격도 갖고 있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한국인들이 국가를 재건해서 빈곤에서 벗어나고 산업화 국가의 선두 그룹에 합류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되살려서 오늘의 시대와 무리없이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지 못했다』
과연 이번 월드컵의 효율적 개최는 세계 제1급의 정보통신 기술력에 크게 힘입었다. 민주주의의 수준으로 말하더라도 이 경기의 소용돌이와 별도로 전국지자제 선거를 조용히 치뤄냈다. 어느 당 사람들을 많이 당선시켰는가 하는 것은 독재를 물리친 국민역량과 자유로운 선택이다.
수백만명의 붉은 악마 응원 대중은 질서와 애국심으로 14일 하루밤을 광장과 거리에서 들뛰면서 지샜다.
3김정치까지의 부패 잔재는 지금 국내적으로 법에 의해 청산하는 단계에 있다. 별도로 국가 단위의 경제역량은 뚜렷이 발전 추세에 있음을 다른 나라들이 증언해준다. 월드컵 응원 대중은 기꺼이 희망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소리높이 외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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