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큰 과제로 대두된 주5일 근무제로 신자들의 삶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교회 안에서도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기 위한 장들이 마련되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서울대교구 평협이 공동으로 6월 15일 오후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개최한 「본당 사회사목분과장 연수」에서는 주5일 근무제 아래서 요구되는 교회의 자세와 노력을 짚어봤다. 이날 행사 때 발표된 내용을 요약보도한다.
1. 개인 및 가정생활에 미칠 영향
주5일 근무제로 인해서 가정영역에서 보내게 되는 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시간 근로하는 관행으로 인해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관계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근로자가 상당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가족간의 의사소통 방법 및 기술, 표현방식 등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은 단기적으로 가족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가족해체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인간관계 및 가족관계에 대한 훈련의 확대를 통해서 근로시간 단축이 가족관계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작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ME(Marriage Encount er) 프로그램을 비롯, 부모교육프로그램(parent education program) 등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수립, 실시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한 남녀간의 가사노동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단기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녀평등의식 교육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남녀 역할분담이 개선될 수 있도록 공익광고를 포함한 적극적인 홍보 및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단순한 소비활동?여가시간 증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므로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도록 문화활동, 자기계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자녀들의 자연에 대한 교육, 환경교육, 생태교육, 농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생명중시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주말농장 등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문화공간 및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2. 경제 및 사회에 미칠 영향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문화?관광?레저산업이 성장하고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여성취업비율이 높고, 여성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으므로 노동수요측면에서 여성고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와 함께 주5일 근무제는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해 비정규직화로 노동강도(생산성)가 높아질 경향이 있다. 나아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요구로 근로감독과 근로시간 관리가 강화되면서 노동문화나 노동형태가 달라지리라 예측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장기적으로 가족 및 부부관계를 개선시키고, 여가 증가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제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제까지 구직행위의 소극성을 보여왔던 기혼여성들이 파트타임, 시간제 등 일자리가 늘어남으로서 재취업훈련 등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혼여성 재취업 적합직종의 개발, 여성인력개발센터의 관련 프로그램 설치 확대 등을 통해 공공직업훈련원에 여성접근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3. 종교계에 미칠 영향과 사목적 대안
프랑스와 같이 성당이 비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21세기는사회복지의 세기, 사회복음화 세기이므로 이웃 사랑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서구교회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고속도로 변에 작은 교회를 세워 신자들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밤 10시 주일미사를 마련하거나 주일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ME, 꾸르실료, 선택(choi ce) 등 다채로운 주말행사와 성지 순례 모임, 세계청년대회, 떼제 참가 등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신자들의 눈길을 교회로 이끄는 모습은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까이는 대천해수욕장을 낀 요나본당이나 스키장 인근의 춘천 횡계본당 등 관광?레저?휴양지 부근 성당이나 공소 등에서 주일미사를 마련하는 모습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성체조배실을 설치하는 원주교구의 관광사목 등은 한국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전국 본당과 공소를 엮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내적 복음화 교육(영성 회복의 기회교육)을 통해 사회변동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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