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놀랐다. 월드컵 4강전 진출. 한국팀이 세계적인 축구강국을 연파하고 21세기 첫 월드컵의 결승 진출을 다툴 줄이야. 더욱이 수백만 인파의 질서정연한 길거리 응원모습은 전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참으로 가슴 뿌듯한 200년 6월이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4강에 오르면 주일미사 강론은 「대~한민국」구호 한번 외치고 끝내자!』
지방교구 어느 원로 사제가 동료사제들에게 제안했다는 이 말씀은 이번 월드컵 열기를 한 마디로 대변하는 듯하다. 16강은 물론 8강, 4강에 진입하면서 전국 대부분의 성당은 미사시간, 교리시간을 조정하면서까지 열광적인 이번 월드컵 응원전에 동참했다.
남녀 수도자들도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기도시간을 바꾸고, 끝기도를 생략하면서까지 마음껏 소리지르며 열정적인 응원열기를 내뿜었다는 후문이다. 한국팀의 4강진출이 확정되던 날 저녁미사때 『「붉은 악마」가 온 천지를 뒤덮어도 흐뭇한 날』이라며 웃음띠던 어느 신부님의 표현처럼 온 국민이 하나되어 기뻐한 나날이었다.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팀의 기대 이상의 선전은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승화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그것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러한 한국축구의 개가를 지켜보면서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두들 깨우치고 있다.
한 지도자에 의해 한 집단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실감케 하는 히딩크감독의 이번 성공사례는 우리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히딩크는 한사람, 특히 지도자 한 사람이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차제에 우리 교회의 지도자들도 「히딩크 배우기」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의 리더십은 비전, 기본과 원칙, 그리고 전문성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한일 월드컵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는 어떤 식으로든 각계각층 남녀노소 국민 모두가 하나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계층간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축제가 너무 없었다. 처음엔 쭈뼛쭈뼛 응원대열에 끼어들던 이방인들도 어느덧 자연스럽게 한덩어리가 돼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른바 월드컵 현상에 대한 의미분석이 시급하다.
구약성서상 각종 사건들에 대해 해석을 내리는 것도 그 사건에 대한 경험을 통해 우리들 각자 삶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우리 교회도 이번 월드컵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분석해 내고, 교회 차원의 축제문화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계층간, 빈부간 격차를 뛰어넘어 하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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