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떠들썩한 한일 월드컵은 온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16강을 목적으로 했던 우리 선수들이 그 이상의 개가를 올리면서 이 나라는 흥분과 환희의 도가니 속에 들끓고 있다.
이렇게 온 국민을 흥분시킨 수백만의 거리 응원단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승리에 대한 기쁨의 열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미같은 나라에는 축구전쟁이 일어날 만큼 다혈적인 국민도 있다. 유독히 우리 민족이 펼치는 흥분의 외침에는 그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국민을 하나로 엮어놓는 정신적인 구심점이 없다. 더더구나 정치적인 불신과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부정 부패의 사회 속에서 국민은 권력에 대한 반항심 또는 서민대중에 소외감을 느껴왔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알게 모르게 멍든 가지가지의 원한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한풀이가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과장된 말이라 하겠는가?
그리고 또하나는 우리가 전 세계 민족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어깨를 겨누어 이렇다 할만한 국가의 위상을 내세워 본적도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당당하게 세계인 앞에 우리의 위용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보면 소외를 느껴오면서 약소민족의 비굴을 면하지 못해왔었다. 이런 기회에 움츠리고 있었던 우리 민족이 세계를 제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외국에 사는 우리 민족이 힘을 얻고 조국의 위상이 부각되는 순간이었기에 재외동포들의 흥분은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재외국민들이 더 한층 기뻐하고 있다.
이 기회에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 국민이 일치 단결할 수 있는 저력을 면밀히 살펴서 국민을 하나로 묶어 국가 발전에 계기가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저력을 살려서 국가도약의 발판을 만드는데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또 한가지 느낀 것은 한 두 사람이 만드는 골 득점이 온 국민을 사로잡는다는 현실이다.
토인비의 말이 생각난다. 인류의 역사를 지배해온 역사의 주인공은 극소수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몇몇 소수의 정예들이 인류의 역사를 만들고 역사를 이끌어왔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축구선수가 사천만을 감동시키고 새역사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신앙인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묵상거리가 있다. 경기장에서 한 사람이 어시스트하고 한 사람이 골을 넣으면 사천만 국민에게 흥분과 기쁨을 안겨주고 또 한편 한두 사람의 실수가 있으면 온 국민이 실망을 하게 마련이다.
우리의 원조들 하와가 어시스트를 잘못해서 아담이 원죄를 범했다. 그래서 세상에는 고통과 죽음이 왔고 생명을 잃었다. 한편 성모 마리아의 좋은 어시스트로 예수님의 골든골 한방이 인류에게 희망과 새로운 생명을 주신 인류 구원의 경륜을 생각해본다. 우리 인류의 범죄상황과 예수님의 구원상황을 축구경기에 비교해볼만 하다.
오늘도 우리는 잘못된 이웃의 어시스트로 불행해질 수 있고 한편 좋은 형제들의 어시스트로 우리는 평화와 기쁨을 느끼는 득점 골을 만끽할 수 있다.
축구장에서 몇몇 선수들이 던지는 실망과 흥분은 우리 인간 사회 안에서 몇몇 죄인들이 던지는 실망과 동시에 몇몇 의인들이 주는 기쁨과 희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세상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혼자 사는게 아니다.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의 삶이다. 우리 이웃에게 나는 어떤 종류의 삶을 어시스트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겠다.
아무쪼록 우리 선수들이 국민에게 선사한 기쁨과 환희에 감사드리면서 우리는 너무 우쭐하지 말고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일치 단결하여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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