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시노드 사회복음화 의안준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자연출산조절 : 평가와 제안」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은 시노드가 지향하는, 그야말로 신자들의 의견을 구석구석에서 듣고서 의안에 반영하고 그럼으로써 교구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자 하는 시노드의 목표를 매우 잘 드러낸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시노드는 이 심포지엄의 취지를 가정의 위기와 생명경시현상으로 들고 있다. 시노드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는 온갖 형태의 생명경시현상들, 예컨대 낙태, 성폭력, 청소년 성문란, 인공임신, 이혼 등의 문제들의 중심에 가정이 자리잡고 있고, 생명과 사랑이 흘러 넘쳐야 할 가정의 참모습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가정의 위기가 이 사회의 위기를 불러오고, 이는 곧바로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생명을 경시하는 여러 형태로, 우리를 위협하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바로 우리의 가정에서 찾고자 하는 시노드의 시각은 매우 적절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왜냐하면 필자는 부부의 사랑과 가정에서 흘러 넘치는 생명의 숨결이 가정을 작은 교회로 변화시킬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온갖 형태의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연출산조절을 생명과 사랑으로 결부시키는 이유는 자연출산조절을 단순히 산아제한의 한 방법으로만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부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자녀의 수를 결정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자연적인 출산조절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이 방법은 더 근본적으로는 하느님께서 부부에게 선사하시는 생명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부부의 사랑을 더욱 풍성하게 증진시켜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필자가 자연출산조절과 관련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방법이 가톨릭 신자부부들은 필수적으로 알고 실천해야 하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심포지엄에서도 발표가 되었지만 산아조절을 하고 있는 가톨릭신자 부부들 가운데 불과 13.4%만이 자연출산조절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충격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의미보다는 그렇게 많은 부부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벗어나 생활하는데도 이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너무나 미미하다는 의미이다. 가톨릭교회는 인공피임방법에 대해 분명한 단죄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도 신자부부들은 이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것인지 아니면 잘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분명하지가 않다. 아니면 교회의 가르침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하면서 교회의 가르침과 실제의 생활 사이의 간격을 메우려는 의지가 아예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는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비단 출산조절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 전반에 걸쳐 신자들의 생활이 겉돌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교회가 매우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인공피임방법에 대해 단죄하고 있는 바오로 6세 교황의 「인간생명」 회칙(1968년) 이후 1975년 주교회의 산하에 「행복한 가정운동」을 발족시켜 자연출산조절방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힘써왔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이 방법을 알고 있고 또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신자 부부들에게 해당되고 있는 일상의 윤리 문제인데도 마치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태도는 아니었는지?
그날의 심포지엄에서는 이 방법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성직자, 수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신자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예비신자 교리, 견진 교리 등에서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이러한 제안들이 시노드 의안에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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