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러시아에서 활동한 지 3년 후, 필자는 열흘간 칠순이 되신 할머니 수녀님을 모시고 국경을 넘어 배낭 선교여행을 했다.
우리는 먼저 사도 바오로가 첫 번째 여행을 할 때 지나갔다는 우크라이나의 최남단 터키로 가는 국제 항구도시 오뎃사를 가면서 먼저 이 나라의 수도이며 옛 러시아가 태동한 아름다운 고대 가톨릭의 도시 키에프에서 첫 여장을 풀었다.
우리는 이 곳에 있는 가르멜 여자 수도원에서 이틀을 묵으며 구소련의 원자력 핵발전소가 터져 온 유럽을 죽음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체르노빌을 가보았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아기들은 기형아로 태어나고 있었으며 이상기온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틀 후 우리는 다시 5시간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더 내려가 네아폴리에 도착했다. 이 곳은 동유럽 가톨릭교회의 총 본산이며 주교좌가 있고, 출판물과 방송국까지 운영하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박해 때 숨어서 겨우 생명을 보존하던 수도자들이 89년 해방 후 다시 모여 사목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50여명의 수녀들이 병원사목을 하는 삼위일체수도원에서 함께 성삼일과 파스카를 지냈다.
동방 교회의 전례는 라틴 교회 전례와는 달리 아주 장엄하고 그 예식이 복잡하기는 하나 무척 아름답다. 특히 키예프나 리보브 지역 공동체는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희랍정교에서 들어온 전례를 국교로 삼기는 했지만 점점 토착화되면서 이제는 동유럽에서는 유일하게 가톨릭동방 교회로 남아 있다.
전례는 예수회 신부님이 집전했고, 부활 대축일이라 4시간이나 진행되는 장엄미사였지만 부제와 사제 모든 신도들이 노래로 찬미하는 시간은 마치 천상에 있는 기분이었다. 필자는 다행히 러시아에서 이런 분위기를 자주 접했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이것이 보편교회에서 맛보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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