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이별을 한다. 이별하는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슬픔은 더하고 가슴은 더 미어진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본에서 결혼을 하셨다. 일제시대 아버지는 일본의 박해와 징용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온갖 고생을 다하시며 직장 생활을 하셨고, 어머니는 진해에서 사시다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간호전문 학교에 다니며 소화 16년에 아마 한국여성으로는 최초로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아버지와 결혼하신 후 45년 해방이 되어 한국으로 오기까지 그곳에서 사셨다.
그래서 이 두 분의 역사는 1921년부터 2002년 7월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파란만장한 역사, 한국인이 일본박해 때 겪은 삶의 격동과 현장을 다 보시고, 다시 문명이 발전한 오늘의 세계 안에서 노인들이 겪어야 했던 외로움과 갈등, 또 자녀들로부터 받은 행복한 시간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산 증인들이시다.
이제 생각하니 가끔 본가에 갈 때마다 부모님이 들려주시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시대의 배경은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에 나오는 작품의 줄거리 못지 않게 한국과 일본, 동남아를 이어주는 방대한 민족의 역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부모님은 우리 곁을 떠나 당신의 원 고향인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살아 계실 때 당신이 겪으신 수많은 고통, 특히 돌아가실 무렵에는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닮은 듯한 아픔을 호소하며 임종하셨다.
장례식날은 당신의 서러운 눈물처럼 장대비가 쏟아졌고, 우리형제는 아버지를 땅 속으로 내려드리며 살아생전 잘 해드리지 못한 후회의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관 위에 당신의 생애처럼 깨끗한 국화꽃을 뿌려드렸다. 지상에 계실 때 서로 사랑하며 도우시던 두 분은 이제 천국에서 기쁘고 슬펐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남아 있는 우리들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실 것을 믿는다.
아버지 어머니 주님 안에서 길이 영복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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