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어수선할 때면 정치권은 단골메뉴인 기자, PD 뇌물사건 등으로 언론의 기세를 제압하고 나선다. KBS의 최철호 PD가 분당 파크뷰 특혜의혹 사건으로 구속된지 불과 한 달 만에 검찰은 「가요계 PD 비리사건」을 내세워 「사이비 언론인」을 검거했다.
분당 사건은 정치인과 공무원의 불법 개입을 밝혀낸 언론의 쾌거였지만, 검사신분 사칭을 이유로 검찰은 최PD를 구속했다. 정부에 뒤질세라 한나라당도 한겨레의 「정경희 칼럼」, 오마이뉴스의「병역 비리 은폐 대책회의」 등으로 언론에 거액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언론사의 언론개혁, 구조조정의 미진함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위축된 언론은 관급 기사를 받아들일 채비를 했고, 이는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의 칼날을 무디게 했다. 봐주기 식의 그릇된 관행은 권력형 비리문화를 사회 내에 만연시켰다.
「한국언론재단」이 2001년 실시한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63.5%가 촌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술회했다. 언론인이 「알권리」에 충실할수록. 명예훼손의 올가미에 빈번히 걸려들고 만다. 언론사마다 자체 윤리 강령을 두고, 「변호사 사전 기사열람제」를 도입하지만, 밀실행정의 취재환경에서 언론사간의 지나친 경쟁, 언론인의 전문성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기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6월 「노동건강권확보」를 문제삼고 주 5일제 근무, 안식년제 도입 을 공식화했다. 언론은 월드컵, 지방선거, 아시안 게임, 대선 등 큰 행사를 두고 취재경쟁을 벌여왔다. 누적된 피로의 상황에서 언론인의 선거보도는 밀도 있는 정책분석보다는 공약 나열 수준에 머물었다.
선거전 보도는 판세, 후보자간 공방분석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금품살포, 비방전 난무, 선거과열 등 피상적,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킨다. 언론은 만연된 유권자들의 냉소와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 경쟁을 일삼으로써, 다채널, 다매체의 언론체제가 오히려 이전투구의 장이 될 판국이다.
메신저로서 언론인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된다. 「신의 메신저」(Hermes)가 중요하듯, 정보를 제공하는 세속의 메신저도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의 메신저는 전쟁의 나이키(승리)를 자기 족속에게 전했다.
21세기 정보혁명에 따른 사회혼란은 사상적 독립과 성장의 가능성을 전할 메신저를 필요하게 된다. MIT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정보화 시대의 디지털화는 개인에게 원자, 즉 사물의 기본적 단위와 비트, 즉 정보의 기본적 단위 사이에 차이를 민중에게 생각토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개개의 사건은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고, 저장된 정보는 네트워크로 연계된다. 사이버 공간 안에 사회의 구성 요소가 저장되고, 저장된 정보는 인간에게 「새 삶」을 보장한다.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듯, 언론은 전통적으로「사회의 연계」를 시도했다. 신문은 정규적, 계속적으로 같은 논조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제공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교육 정도에 관계없이, 개인은 언론의 논조에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언론인은 매 시간마다 내린 판단을 근거로 민중에게 정보를 전하고, 사회의 연계를 시도한다. 민중의 아이디어로 형성, 집합된 여론을 이끌어내는 언론은 사회의 메신저, 중재자, 참여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언론인은 성직자, 변호사, 교사, 의사 등 전문직과 더불어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가 발전을 시도하거나, 위기에 부딪칠 때 언론의 메신저 역할이 더욱 부각된다. 그러나 메신지가 좌절하면, 사회 전체가 방향감각을 상실한다. 급변하는 사회일수록 메신저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
르네상스 초기 부도덕한 인물로 낙인찍혔던 이탈리아의 해리 라임은 보르지아 가문의 치하에서 유혈이 낭자한 전쟁, 살인의 와중에서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교육시켜, 르네상스를 만개케 했다. 이탈리아는 정보의 중흥으로 르네상스의 역사를 이뤘으나, 국경에 접한 스위스는 정보에 귀를 닫고, 고작 뻐꾸기 시계제작에 만족했다.
정보사회는 사상적 독립과 성장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본교 언론대학원은 언론의 순기능을 확대키 위해, 기자 재교육을 위한 장학재단 모금운동을 전개한다. 본 대학원은 작금의 언론실상을 방관자적으로 바라보기 보다, 언론인 재교육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언론관행을 개선코자 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는 「루가복음」의 기록은 그리스도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가 복잡성을 더해갈수록 언론인 역할에 대한 기대도, 그에 대한 역기능도 증가한다. 초기 인쇄업자는 잉크를 피로, 종이를 음식으로써, 당시 삶의 고뇌를 인류의 자산으로 남겼다. 언론인의 올곧은 길은 민중의 「새 삶」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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