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리교육센터와 동방 가톨릭 신학교를 운영하며 활발한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이바노 프랑크비취 교구로 향했다.
이곳에는 로마 바티칸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하시다 이제 교구장에 취임하신 트리폰 무드린 주교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여기를 가려면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고골리가 마음을 기댈 중심을 찾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풍자소설 「지까니카 근교의 야화」의 배경으로 삼았던 우크라이나 미르고르드를 지나가야 했다.
소설에서 읽었듯이 광활한 칼호즈(집단농장)와 손으로 비비면 기름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흙갈색의 양파농장은 정말 장관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넓은 평야와 숲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공산치하에서 쉬고 있는 땅이 많았고, 도로나 교통사정도 좋지 않았다.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잇는 길도 형편없었고 고속버스는 털털거리는 고물이 가끔 다녔다.
도로 주변에는 음식을 사먹을 식당도 없어 우리는 하루종일 빵 한 조각밖에 먹지 못해 차가 움직일 때마다 드럼 같은 소리가 나는 배를 움켜잡고, 여행 다닐 때 도둑을 조심하라는 선교사 신부님들의 충고에 따라 버스 아래 짐칸에 넣어둔 선교용 가방을 지키기 위해 차가 시골 정류장에 설 때마다 고개를 빼고 창문을 통해 감시를 해야 했다.
9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완전히 파김치가 돼 있었다. 떠나기 전에 교구청 폴란드 수녀에게 그곳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할 거라고 말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세 시간 후에 나타난 기사는 기차역에서 우리를 기다렸다고 했다. 알고 보니 폴란드 말과 러시아 말 사이에서 일어난 혼선이었다.
아무튼 우리는 주교님을 만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모스크바에서 출판한 러시아어 성무일도와 책, 카세트, 비디오를 보여 드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의논한 후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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