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소비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많은 요소들을 받아들여 소비하면서 자신의 삶을 유지해 나간다. 나무를 비롯한 엽록체를 가진 식물들은 소비도 하지만 생산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먹여 살리는 생산자의 역할을 한다. 동물은 식물이 생산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삶을 엮어간다. 일반 동물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소비하고 그 이상은 소유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다. 이들에게는 욕심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소비 형태는 동물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인간은 기초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을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문화를 가꾸고 즐기는 것을 위해서도 소비하고,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소비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도 소비한다. 또한 원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이웃의 권고나 광고의 유혹에 넘어가서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인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의 수는 무려 3천 개나 된다고 한다. 광고 자체는 생산자를 위해서도 소비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이다. 광고가 있기에 생산자는 자신이 생산한 좋은 물건을 알려서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아서 구매할 수 있다. 광고가 없다면 생산자도 소비자도 더 많은 수고를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광고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이 사회 안에 비교적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광고 덕분에 많은 수의 매스미디어 회사들이 생존할 수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 처한 삶의 조건이나 심리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제작한 세련된 광고들은 강력한 힘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소비하도록 층동질 한다. 특히 자아 통제력이 아직 약한 청소년들은 막강한 광고의 힘 앞에 맥없이 항복하고 만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이전에 소비하는 것부터 익히면서 자란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현대인들은 20세기 초반을 살다간 사람들보다 평균 4배의 물질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소비는 곧장 폐기물 문제로 연결되어 많은 종류의 문제들을 연속해서 일으킨다.
우리가 일상의 생활을 위해 불가피하게 소비를 해야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가 우리를 좀더 품위 있는 인간이 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그러나 불필요한 많은 종류의 소비는 소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도록 끊임없이 일하게 하고 피곤하게 한다.
소비를 남보다 더 많이 하는 행위가 남보다 더 행복하도록 해주지도 않는다. 나의 행복의 조건을 남보다 더 많이 하는 소비에 둘수록 마음은 더욱더 공허해지기만 할 뿐이다. 분수에 넘치는 줄 알면서도 남의 것보다 더 좋은 옷을 더 자주 갈아입으면서 살아간다 해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도 않거니와, 그것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해야하므로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더 많은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어떻게 의식하고 있느냐가 행복의 관건이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검소하게 살아간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몸과 마음이 안정될뿐더러, 소비가 적으므로 물질적으로도 넉넉하게 될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여전히 강한 소비욕구에 시달리는 것은 나의 인간적 성숙의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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