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으로 시작되는 최근 아이디를 알려주면 대개는 반응이 요란하다. 웬 복싱이냐는 물음부터 아이디도 엽기냐는 놀림, 얼마나 스팸메일에 시달렸으면 그랬냐는 동정표도 있다. 이유는 싱겁다.
컴퓨터를 쓰건데 묘리를 모르는 내 기계치 때문이다. 얼마전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더니 고치고 나면 멀쩡한 파일이 날아가거나 안되던 건 되는데 되던 기능이 안되거나 사나흘쯤 괜찮다가 또 말썽이다.
내 생각에 아직 10년쯤 끄떡없거나 어쩌면 평생 쓸 수 있는 멀쩡한 컴퓨터를 바꾸라는 소리는 기사마다 하고 간다. 그 말 듣기싫어 부르고싶지 않을 만큼. 아무튼 원고를 디스켓으로 나르거나 가족들이 디스켓을 가져와 사무실에서 전송하는 사태가 되었다. 별수없이 가족 공용의 더 오래된 컴퓨터에 전용선을 연결했는데 아이디 하나로는 안되고 바꿀 일이 거듭 생기고 아닌게 아니라 스팸메일 맛도 톡톡히 보고….
그 와중에 아들이 붙여준 것이 복싱이고 가장 말썽이 없다.
문제는 무어든 쉽게 바꾸는 걸 달가워하지않는 내게 바꾸고 바꾸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아이디 때문에 생긴 근심거리다.
무어든 빨리 바꾸거나 변화하지않으면 뒤떨어진 것으로 여기는 이 기계와 상업주의 속에서 요즘 아이들이 어찌 사나 싶은 것이다. 이해도 된다. 아이디 바꾸듯 물건들을 바꾸고 버리고 집을 바꾸고 차를 바꾸고 그러다보면 사람까지도 마구 바꾸고 버리게되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건 오래도록 아끼며 사용하면 그것들에게도 생명이 깃들고 교감이 가능해진다는 걸 새것 다른 것만 좋은 줄 아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하나.
눈만 뜨면 죽이고 살리는 게임과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공상과학, 영상물들이 홍수를 이루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생명까지, 아니 자기자신마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알면 어떡하나 근심이 가슴을 터뜨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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